지금은 없어졌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에는 특이한 문화가 몇 남아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목돈을 주고 뭔가를 사오면 고사를 지내는 것이었는데요, 주로 돼지 머리와 반찬 몇 종류를 상 위에 올려놓고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뭐 자동차라면 우리 가족 잘 태우고 무사히 돌아다니게 해달라, 냉장고라면 음식 상하지 않게 잘 보관해서 가족들 탈 안나게 해달라...

 

[Figure 1. 돼지머리 고사_검열ver.]

 

그걸 빈다고 바뀌는건 아무 것도 없지만 사람 심리라는게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초월적인 존재가 자기만 좀 특별히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과속하다가 경찰한테 걸려도 돼지머리를 뇌물이랍시고 내놓으면 뺨 맞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경찰보다 훨씬 윗선일 신은 더 큰 뇌물을 요구할텐데 돼지머리로 되겠습니까?

 

서론이 길었지만 여하튼 큰 돈을 주고 사온 자산은 다른 싼 자산과는 다르게 대우를 해줬습니다. 주로 그 자산이 다년간 개인이나 가정에게 큰 효용을 가져와달라는 이유였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다년간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자산들을 다르게 취급하는데, 바로 오늘의 주제가 될 고정자산(Long-lived asset)입니다.

 

장기자산

 

기업이 돈을 내고 무언가를 사왔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정확히는 수많이 있지만, 회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바로 (1) 자본화(Capitalize)와 (2) 비용 처리(expense)입니다. 다만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기준이 있습니다. 자본화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산이 다년간 경제적인 이익을 불러와야합니다.

 

재무제표의 변화

 

고정자산은 재무제표에 어떻게 표기될까요? 먼저 재무상태표를 보겠습니다. 새로 자산을 샀으니 현금은 줄어들고, 줄어든 만큼 비유동자산이 증가합니다. 손익계산서에서는 당장 빠지는 것은 없지만 내년부터 감가상각을 반영해야하니 다음 회계년도부터는 당기순이익이 감소합니다. 마찬가지로 현금흐름표 역시 투자로 돈을 지출했으니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감소합니다.

 

[Figure 2. 회계 처리에 따른 재무제표 변화]

 

자본화의 범위

 

이렇게 자본화 된 자산은 재무상태표에 "사온 가격 + 비용"으로 기록됩니다. 우리가 에어컨을 샀다고 다 끝나는게 아니잖습니까? 에어컨을 샀으면 집까지 배송시켜야하고, 기술자 아저씨들이 와서 실외기 설치하고 실제로 돌아가는지 확인까지 해야 끝납니다. 고정자산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거래 대금, 운송비, 세금, 설치비, 시운전 비용까지 모두 고정자산의 가격으로 산정됩니다.

 

[Figure 3. Range of Capitalization I]

 

이제 우리 에어컨은 돌아가는지 확인도 했고, 매년 여름마다 쌩쌩 돌아갑니다. 하지만 새롭게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이 방에도 에어컨을 설치해야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에어컨을 사기 보다는 에어컨을 아이 방까지 연장시키고, 이왕 돈 드는 김에 필터도 교체합니다. 이런 경우 재무상태표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PPE를 개조시켜 더 나은 성능을 만들어내는 경우 이 비용을 장기 자산의 가치에 더해줍니다. 에어컨을 연장시키는 비용이 해당됩니다. 하지만 장비를 유지보수하는 비용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비용 처리를 하게되는데, 에어컨 필터 교체 비용이 해당됩니다.

 

[Figure 4. Range of Capitallization II]

 

마지막으로는 조금 직관적이지 않지만, 에어컨을 사기 위해 빚을 졌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에어컨을 사는 동안 지불하는 이자는 어떻게 처리될까요? 에어컨 사용 완료 직전까지 지불한 이자는 회계 장부에 에어컨 가격으로 적힙니다. 교과서적인 이유로는 (1) 자산의 가격을 더 정확하게 계산하고 (2) 자산이 뽑아내는 수익과 자산을 구매하는데 든 비용을 더 잘 매칭시키기 위해서인데, 별로 좋은 설명은 아닌 것 같군요....

 

여하튼 고정자산을 사기 위해 진 빚은 준비 완료 직전까지 자산의 가격에 포함되고, 완료된 이후부터는 비용처리 됩니다. 여기서 기업 분석 시 참고할만한 포인트가 하나 나옵니다. 바로 이 빚에 대한 이자는 손익계산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장기 자산의 일부로 판정되어 그 다음 해부터 감가상각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이 얼마나 이자를 내는지는 단순히 손익계산서만 봐서는 안되며, 고정자산에 얼마나 녹아들어갔는지 확인해야합니다.

여태까지 현금흐름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작성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현금흐름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사실 잉여라는 말이 뭔가 부정적인 뉘앙스라 좋은 번역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남들 다 잉여현금흐름이라 쓰는데 우리끼리만 여유현금흐름이라든가 다른 말을 쓰면 아무도 못알아듣겠죠? 따라서 그대로 잉여현금흐름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Figure 1. Free인간]

 

잉여현금흐름이란 회사가 쓸 수 있는 현금입니다. 그럼 반대로 쓸 수 없는 현금도 있는 법인데요, 바로 기업의 자본 지출에 사용되는 현금입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납품업체에 대금도 내야하고, 새로 기계도 사야하고, 정부에 세금도 내야겠죠? 이러한 내역들을 제외하고 회사가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을 잉여현금흐름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별도로 다루겠지만 기업 가치평가에 자주 쓰이는 내용입니다.

 

  1. 기업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to the Firm, FCFF)

 

기업잉여현금흐름은 주주와 채권자 모두를 아우르는 현금흐름입니다. 요약하자면 아래 식과 같습니다.

 

[Figure 2. FCFF I]

 

먼저 당기순이익(NI)에 현금 유출이 없는 손실들(NCC, ex. 감가상각 등)을 더해줍니다. 그래야 회사가 실제로 들고 있는 현금이 나옵니다. 거기에 운전자본(유동 자산/부채)에 대한 투자(WCInv)와 고정자본에 대한 투자(FCInv)를 빼줍니다. 이 둘은 회사가 돈을 써야하는 항목이지만 당기순이익에는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이자 항목(Int)을 더해주는데요, 기업잉여현금흐름은 주주만이 아닌 채권자의 몫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자를 덜 지불한만큼 세금은 더 내야하니 세금 항목(1-tax rate)만큼은 제해줍니다.

 

혹시 위 당기순이익에 현금 유출이 없는 손실들을 더해주는걸 어디서 보시지 않으셨나요?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CFO) 계산법을 떠올리셨다면 맞습니다. 따라서 위 식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Figure 3. FCFF II]

 

그리고 여기까지가 U.S. GAAP의 결과입니다. 혹시 기존 포스트(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29)에서 IFRS과 관련된 내용 기억하시나요? IFRS는 기업이 주주들에게 배당을 나눠줄 때 CFO에 넣던 CFF에 넣던 자율적으로 선택하라고 위임하고 있습니다. 만약 CFO에 넣었더라면 위 식과 동일하겠지만 CFF에 넣었더라면 배당금을 빼줘야할 것입니다. 이 때, 배당은 법인세가 결정되고 지불하기 때문에 세금을 고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자와 배당을 받는 것 역시 CFO인지 CFI인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것 또한 위와 같이 고려해서 더해주면 됩니다.

 

 

  2. 주주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to Equity, FCFE)

 

주주잉여현금흐름은 FCFF에서 일종의 하위 개념입니다. 채권자들의 몫은 빼고, 주주들의 입장에서만 고려된 현금흐름이기 때문입니다. 계산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Figure 4. FCFE]

 

FCFF와 거의 동일하지만, 맨 뒤에 항 하나가 달라졌습니다. 바로 순차입금의 변화만큼 더해주는 것인데, 새롭게 빌린 금액에서 상환한 금액을 빼서 구합니다. 재무활동현금흐름(CFO)의 일부를 가져온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것 같습니다.

 

 

기존 포스팅에서 각각 간접법(Indirect Method)와 간접법(Direct Method)를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둘을 전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혹시 이 포스트부터 보셨거나 기억이 나지 않으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 바랍니다.

 

간접법: 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32

 

직접법: 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31

 

아울러 말씀드릴 것은 아래 내용들은 부분적인 예시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마주치는 전환은 훨씬 복잡하고 고려해야할 요소도 많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는 투자자지 회계사가 아니니, 그런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 필요 없다고 생각됩니다. 현금 흐름이 없는 요소들이나 비영업적 요소들을 제외하는 원칙 정도로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환

 

직접법에서 작성한 영업활동현금흐름(CFO)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바로 현금 유입과 현금 유출입니다.

 

  1. 고객들로부터 유입된 현금 (+)

 

(1) 손익보고서의 당기순이익으로부터 시작합니다.

 

(2) 간접법에 따라 받아야할 돈, 즉 매출채권(Account Receivable)이 늘었는지 확인해서 당기순이익에서 빼줍니다. 반대로 매출채권이 줄어들었다면 그만큼 당기순이익에 더해줍니다. 만약 회사가 고객들로부터 받은 현금 이상의 제품을 팔았다면 전부 신용으로 판 것이니 매출채권이 늘어나고 현금 유입이 당기순이익보다 감소*합니다. 일반적으로 당기순이익보다 CFO가 높은 회사가 좋은 회사입니다. 예외는 많지만요 ㅎㅎ

 

* 혹시 유동 자산/부채(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18)에서 봤던 항목이 떠오르신다면 맞습니다. 받을 돈을 미리 받고 줄 돈을 늦게 준다면 그만큼 회사의 현금 흐름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3) 그 다음은 매출채권의 반대 개념인 선수수식(Unearned Revenue)가 늘었는지 확인해서 (2)번 항목에 더해줍니다. 반대로 선수수익이 감소했다면 그만큼 (2)번 항목에서 빼줍니다. 선수수익은 회사가 아직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신용으로 미리 받은 돈입니다. 따라서 아직 매출(Sale)에 인식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지만, 그래도 현금은 들어왔으니 CFO에는 더해줘야 합니다.

 

** 매출(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1)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수행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따라서 미리 받은 돈은 아예 손익계산서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2. 납품업체에게 유출된 현금 (-)

 

(1) 손익계산서의 매출원가(CGS)에서 시작합니다. 위에는 더해줄 숫자를 구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빼줄 숫자를 구하기 때문에 그 점을 유의해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2) 만약 감가상각이 CGS에 영향을 미쳤다면 해당 부분만큼 더해줘야 합니다. 감가상각은 다분히 회계적인 개념이고, 현금 기반으로 생각하자면 어차피 살 때 뭉텅이로 현금이 빠져나가고 그 이후에는 돈이 나갈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3) 간접법에 따라 줘야할 돈, 매입채무(Account Payable)가 늘었는지 확인해서 (2)번 항목에서 빼줍니다. 반대로 줄어들었다면 그만큼 (2)번 항목에서 더해줍니다. 매입채무란 회사가 납품업체로부터 물건부터 먼저 받고 아직 대금은 지급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회계상으로는 부채로 기입되지만 실제로 회사에서 나간 돈은 없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그만큼 좋아지게 됩니다.

 

(4) 그 다음은 재고자산을 점검해 그 증가분만큼 (3)번 항목에 더해줍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재고자산을 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 부분을 감안해줘야하기 때문에 (3)번 항목이 그만큼 증가합니다.

 

(5) 마지막으로 재고자산 중 대손처리한 금액***만큼 (4)번 항목에서 빼줍니다. 대손처리한만큼 기말재고자산은 감소하고 CGS는 증가****하지만, 이 또한 회계적인 개념이고 실질적으로는 움직인 현금은 없습니다.

 

*** 재고자산은 일반적으로 매입원가대로 평가되지만, 상황에 따라 순실현가치(Net Realizable Value, NRV)나 시장가(Market Price)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28)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매출원가(CGS)는 [기초 재고자산] - [기말 재고자산] + [구매]로 계산됩니다. 따라서 기말 재고자산이 감소할수록 매출원가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를 반대로 활용한 분식회계 기법에 대해서는 이 포스트(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9)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결론

 

직접법에 있는 다른 항목들도 같은 원칙을 따릅니다. 예를 들어 법인세로 인한 현금흐름을 확인할 때도 손익계산서의 법인세 항목으로부터 시작해 이연법인세 등을 더하고 빼줌으로써 계산합니다.

 

저는 1993년 2월 예측의 가치, 또는 왜 비가 오는가(Value of Prediction)라는 첫 메모를 작성했을 때부터 예측이란 믿을 수 없다는 신념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긴 시간이 지났고, 저는 그동안 왜 제가 예측에 별 관심이 없는지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아래에 제가 좋아하는 글귀와도 같습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왜 유용한 거시적 예측을 하는 것이 극도록 어려운지에 대해 메모를 작성한 적은 없습니다. 이제 써보려 합니다.

 

생각거리

세상에는 두 종류의 예측가들이 있다. 한 종류는 모르면서 예측하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한 종류는 자신들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예측하는 사람들이다.

-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

 

7월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25)를 퇴고하자마자 저는 여러 경험있는 투자자들과 투자 업계 외부인들과 함께 점심식사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사교적인 자리라기 보다는 투자 환경에 대한 견해를 나누는 자리었습니다.

 

식사 도중, 주최자가 아래와 같은 질문을 연달아 제시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여러분들의 기대치는 어떻습니까? 경치 침체가 있을까요? 있다면 얼마나 심할까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어떻게 끝날까요?  여러분들은 대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의 22년과 24년 선거에 따른 영향이 어떨까요? 저는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제 메모의 구독자분들께서는 제가 생각한 바를 상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방에 있는 어떤 누구도 국제 정세나 정치의 전문가가 아니다. 누구도 위와 같은 주제에 대해 특별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확실히 누구도 오늘 아침 뉴스를 본 평범한 지식인 이상보다 똑똑하지 않다.” 심지어 경제와 관련된 주제와 관련해서도 남들보다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은 없었고, 저는 그 의견들 중 어떤 것도 투자 성과를 개선하는데 쓸모있지 않다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그 점심식사 자리를 통해 거시적 예측이란 무의미하다는 새 메모를 작성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몇가지 추가적 자료가 들어왔습니다. 책,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글, 그리고 신문 기사까지 - 모두 제 가설을 강화시키는 내용들이었습니다. (혹은 제 확증편향 - 새로운 정보를 개인의 기존 견해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해석 - 이 작동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점심식사와 추가적 자료를 통해 이번 메모의 주제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예측이 거의 도움이 안되는 이유들 입니다.

 

분야가 제조업이든, 학계든, 혹은 예술이든, 유용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요구되는 입력값을 신뢰할 수 있는 공정을 통해 원하는 출력값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문제는, 경제과 금융 시장과 관련된 다수의 변수들(입력값)을 유용한 거시적 예측(출력값)으로 지속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공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모델(The Machine)

 

지식의 가장 큰 적은 무지가 아니다. 지식이라는 착각이다.

-다니엘 부어스틴(Daniel J. Boorstin)

 

퍼스트 네셔널 시티 뱅크에서 일했던 수년 간 ecometric이라는 단어가 유행했습니다. 제가 그 이후 오랫동안 듣지 못한 단어입니다. Ecometric이란 경제 자료들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아 신뢰할 수 있는 예측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더 쉽게 풀어쓰자면, ecometric이란 경제의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이 분야의 전공자들은 1970년대 크게 유명세를 떨쳤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저는 그들의 부재가 그들이 만들어낸 모델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측가들은 그 모델이 정교하거나 거칠거나, 혹은 수학적이거나 직관적이나 해당 모델에 따라 판단을 내립니다. 그리고 모델들은 그 정의 상, 가정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A가 발생한다면, B가 발생할꺼야." 관계와 반응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델의 출력값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모델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제를 모델링한다 생각해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그게 극도록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3.3억 명 언저리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가장 어리거나 늙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에는 수 억 명의 소비자, 수 백만 명의 노동자, 생산자, 그리고 중개자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다수의 사람들은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에 포함됩니다.) 경제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이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 하나하나를 예측할 수 없다면 적어도 분류 단위에서는 예측해야합니다.

 

미국 경제를 모의 실험하기 위해서는 수십 억개의 연관관계, 혹은 마디를 처리해야 합니다. 거기에 전 세계적으로 이어져 있는 공급자, 고객, 또는 시장 참여자들과 상호관계 또한 검토해야합니다. 이러한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a) 추가적인 수익을 얻었을 때(한계 소비 성향이 어떻게 될지?), (b) 에너지 가격이 올랐을 때 , (c) 한 제품의 가격이 다른 제품들의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했을 시(대체제 효과가 적용될지), (d) 다른 대륙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때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는게 가능할까요?

 

당연하겠지만, 이 정도의 복잡성을 단순하게 만드는 가정들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B가 더 싸거나 더 좋지 않다면 A 대신 B를 사지 않겠다는 가정은 모델을 훨씬 간단하게 만들어줍니다. 마찬가지로 X의 생산단가가 Y의 생산단가보다 싸지 않다면 Y 대신 X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또한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B가 더 비싸더라도, 혹은 더 비싸기 때문에 B에 끌린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X의 생산단가가 더 비싸지만 경영진이 시장 지분 확대를 위해 다년 간의 손실을 감수하기로 한다면 어떨까요? 고객들이 지출을 늘리거나 경영진이 손실을 본다는 사실을 반영할 수 있는 모델이 있을까요?

 

더 깊게 가자면, 모델은 경제 참여자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해야합니다. 하지만 그 다양성은 수없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들은 한 조건에서는 이렇게 행동하지만, 비슷한 다른 환경에서는 저렇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수의 변수가 주어진다면 비슷한 조건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올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이 외에도 참여자들의 행동은 본인들의 심리(또는 감정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에 영향을 받을 것이며, 그들의 심리는 정성적이고 비경제적인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과연 모델로 구축될 수 있을까요?

 

경제의 모델이 여태까지 없었거나, 혹은 근현대에서 나타나지 않은(따라서 비교할 수 없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포괄적일 수 있을까요? 이는 모델이 경제와 같이 복잡한 것을 복제해낼 수 없는 수많은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또 다른 예시로는 COVID-19 전염병 사태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사태로 인해 전세계의 경제 중 상당 부분이 봉쇄되었고, 소비자 행동이 변햇으며, 대규모 정부 보조금을 이끌어냈습니다. 전염병 사태 이전 모델의 어떤 부분이 이러한 영향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1918년에도 전염병을 겪었지만, 상황이 많이 달랐습니다. 스마트폰, 줌 화상 미팅, 그 외에도 수많은 다른 점들로 인해 1918년도의 전염병을 통해 2020년도의 전염병 사태를 예측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심리적 유동성과 역동성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이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상수가 아닌 것들을 예측하고자 하는데서 오는 한계점입니다. 이 메모를 작성하기 시작하고 저는 모건 하우셀(Morgan Housel)의 주간 뉴스레터를 받았습니다. 기사 중 하나는 다른 분야에서 경제와 투자의 세계와 연관되는 관측점들을 소개했습니다. 아래는 경제적모델과 예측에 관련된 적절한 통계학적 관척점 두 개입니다. ("Little Ways the World Works" Morgan Housel, Collaborative Fund, July 20, 2022)

 

안정성: 한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 요소들이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반으로, 과거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강가에 제방을 얼마나 높히 지어야하는지 궁금하다면, 근 100년간의 홍수 자료를 관찰하고 앞으로도 100년간 비슷할 것이라 가정한다. 안정성은 과학에 기바된 훌륭한 개념이고, 더 이상 작동하기 직전까지 작동한다. 경제와 정치에서 우선순위를 매기는데 사용된다. 스탠포드 대학의 스콧 세건(Scott Sagan) 교수는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은 항상 일어나곤 합니다."라고 말했다.

크롬웰의 법칙: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절대 말하지 마라...만약 어떤 일이 100억 분의 1 확률로 일어난다고 하지만, 만약 당신이 살면서 100억번의 상호 작용을 겪는다면 매우 놀랄만한 일을 겪는 것은 사실상 필연적이다. 따라서 항상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안정성이란 자연과학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가정입니다. 예를 들어, 만유인력을 통해 우리는 주어진 대기 조건에서 낙하하는 물체의 이동이 항상 같은 가속도를 따라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세상에서는 안정성은 매우 드물게 적용됩니다. 심리, 감정, 그리고 사람들의 행동과 경향이 시간에 따라 바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관계가 있습니다. 근 60년간 경제학자들은 필립스 곡선(Philips Curve)에 확신을 가졌습니다. 필립스 곡선에 따르면 실업률이 낮을수록 임금의 인플레이션이 높아집니다. 왜냐하면 실업자들이 적을 수록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높아지고 더 높은 임금을 얻을 수 있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십 년간 5.5%의 실업률은 사실상 완전 고용이라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실업률은 2015년 3월에 5.5% 미만으로 떨어졌고, 2019년 9월에는 50년간 최저치인 3.5%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이 될때까지 인플레이션이 유의미하게 올랐다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필립스 곡선은 수십 년간 경제적 모델들의 근본이 되는 강력한 상관관계를 제공했지만, 근 10년간은 별로 맞아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크롬웰의 법칙 또한 관련이 있습니다. 자연과학과는 달리 시장과 경제에는 반드시 일어나거나 반드시 일어나지 않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그렇기에 저는 제 저서인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Mastering the Market Cycle)에서 투자자들이 절대 말하지 않아야할 단어로 "절대", "항상", "영원히", "불가능", "그럴 수 없다", "해야 한다", "일어난다" 등의 7단어를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단어들을 빼야한다면, 거시적 미래를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이 가능하다는 생각 또한 없어져야 합니다. 다른 말로는 투자 세계관에서 불변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행동의 불가측성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저명한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은 "만약 전하가 감정이 있었다면 물리가 얼마나 어려울까"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물리 법칙이 믿을만한 이유는 전하가 항상 하는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해야할 일을 빼먹지 않고, 반항적으로 움직이지도, 파업을 하지도, 새로운 일거리를 찾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위에 나열된 전하의 성질 중 경제 참여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경제 참여자들의 행동은 불가측합니다. 만약 참여자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면, 경제의 움직임이 어떻게 모델화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미래에 대해 논하고 있으며, 가정 없이 미래에 대해 논할 수는 없습니다. 경제적 환경에 대한 가정에서의 사소한 실수, 그리고 경제 참여자들의 행동에서의 사소한 변동이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천체학자이자 수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가 남긴 유명한 말대로 "브라질에서 일어난 나비의 날개짓이 텍사스에서는 폭풍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내용들을 고려했을 때, 우리가 과연 믿을 수 있는 경제의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요? 모델이 현실을 복제할 수 있을까요? 모델이 수백만 명의 참여자들과 그들의 상호관계를 모사할 수 있을까요? 모델이 복제하고자 하는 과정들이 신뢰받을 수 있을까요? 그 과정들이 수학으로 요약될 수 있을까요? 수학이 사람들의 정성적인 뉘앙스를 따라할 수 있을까요? 모델이 소비자 선호도의 변화를, 기업의 행동의 변화를, 그리고 혁신에 대한 참여자들의 반응을 포함할 수 있을까요? 다른 말로, 우리가 그 결과물을 믿을 수 있을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경제적 관계는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경제는 계통도에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가 보기에는 가정이 변하지 않는 이상 모델의 결과는 상당부분 맞아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예측이 가장 필요한, 변곡점과 같은 중요한 시점에서 모델이 항상 맞을 수는 없습니다.

 

입력값(Input)

 

얼마나 정교한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우리가 지닌 모든 지식은 과거에 대한 것이고, 우리가 내리는 모든 판단은 미래에 대한 것임을 바꿀 수는 없다.

- 이안 윌슨(Ian H. Wilson), 전 GE 경영진

 

경제의 믿을 수 없이 복잡한 성질과 모델의 정확도를 낮추는 가정들의 필요성에 대해 고려해봤으니, 이번에는 모델이 필요로 하는 입력값들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예측"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원자재"들입니다. 추정된 입력값들이 과연 맞을까요? 입력값들로부터 얻어낸 예측이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위해 충분히 다 알 수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는 단순히 "쓰레기를 넣었더니 쓰레기가 나왔다"라는 업계 명언만 되새기게 될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입력값이 가치가 없다면 그 입력값에 기반한 예측 역시 가치가 없을 것입니다.

 

아래는 니알 퍼거슨(Niall Ferguson)이 7월 17일 블룸버그 오피니언에 썼던 내용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는가?" 우리가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질 때 그 안에 내포된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단순히 94,000개의 개별 상품들, 제조업,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와 공급만을 묻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동시에 연방준비위원회가 미래에 설정할 금리에 대해 묻고 있다. 연방준비위원회는 "선제 안내"라고 대단히 과시하지만, 전혀 확실한 내용이 아니다. 또한 우리는 동시에 달러 강세가 얼마나 유지될지도 묻고 있다. 달러 강세로 인해 미국 내 수입품들의 가격이 낮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묻고 있다. 올해 2월에 시작된 러시아의 침공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와 식량에 대한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켰다. 우리는 또한 사우디 아라비아 같은 산유국들이 증산하라는 서구 세계의 요청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묻고 있다.

또 고려해볼만한 질문은 최신 COVID 오미크론 변종인 BA.5가 서구세계의 노동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이다. 영국 내 자료에 의하면 BA 5.는 기존 변종인 BA 2.보다 35% 더 전염성이 높으며, 기존 변종인 BA 2.는 최초 오미크론 변종보다 20% 더 전염성이 높다.

이 모든 것을 당신의 모델에 반영한다고? 행운을 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COVID 전염병 사태에 대한 미래를 예측하는 것만큼 불가능하다.

 

저는 퍼거슨의 기사가 제 메모의 주제에 너무 적합해 여기에 링크(Niall Ferguson: How Long Will Inflation Last? It’s Complex - Bloomberg)를 포함했습니다. 기사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들이 많이 나오지만, 저는 한가지 반대하고자 합니다. 위에서 퍼거슨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COVID 전염병 사태에 대한 미래를 예측하는 것만큼 불가능하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COVID 전염병 사태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위의 두 가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도 수 천개의 다른 요소들 또한 정확하게 예측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이런 것을 다 맟출 수 있겠습니까?

 

아래는 제가 예측의 가치에서 예측 과정에 대해 쓴 내용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대다수의 자산 관리사들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밟을 것입니다. "내 생각에는 경제가 A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금리는 B할 것이다. 금리가 B인 상태에서 주식 시장은 C를 할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가장 수혜보는 섹터는 D이고, 그 중에서도 E가 가장 크게 오를 것이다." 그 후 포트폴리오는 해당 시나리오에서 최대한 수익을 얻기 위해 조정됩니다.

하지만 그 E가 얼마나 가능성 있을까요? E는 A, B, C, D에 따라 조건부로 발생합니다. 예측의 세계에서 2/3 확률을 가진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위 다섯 가지 예측이 각각 67%의 확률로 발생한다면, 그 다섯 가지가 모두 맞아 떨어지고 예상대로 주식 성과가 나올 확률은 13%입니다.

 

A, B, C, D와 관련된 가정을 통해 E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단일 시나리오 예측이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 A, B, C, D와 관련된 가정들이 잘못되었다면, E와 관련된 예측이 맞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E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들이 모두 맞아야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a) 각 요소 별 가능한 다른 결과들, (b) 다른 결과들이 나올 가능성들, (c) 그들이 E에 미칠 영향들을 고려하지 않고는 현명하게 투자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퍼거슨의 기사는 경제 모델과 관련해 흥미로운 질문을 떠올리게 합니다. 거시적 환경과 관련하여 경제 참여자들이 행할 것이라 예상되는 가정들이 무엇일까요? 이 질문을 통해 우리는 모순에 마주치게 됩니다. 경제의 전체적인 성과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행동에 대한 가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전체적 성과에 대한 가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염병 사태와 관련하여 제가 처음 작성한 2020년 3월  메모 아무도 몰라요 II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내용을 넣은 적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전염병 전공자인 마크 립스치(Mark Lipsitch)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세 가지 종류의 정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a) 사실과 (b) 기존 바이러스와 유사성에 기반한 예측, 그리고 (c) 의견이나 추측입니다. 이는 우리가 불확실한 사실들을 다룰 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경제나 시장 예측과 관해서는 우리는 더 긴 역사와 많은 비슷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잘 구성된 예측 기계에 입력값으로 사용된다 하더라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유용한 자료일수도, 쓰레기일 수도 있습니다.

 

예시를 들자면, 사람들은 제가 겪었던 과거의 사이클 중 이번과 가장 비슷한 경우에 대해 묻습니다. 제 대답은 현 발전 과정이 기존 일부 사이클과 유사점을 가지지만, 확실하게 같은 사이클은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경우에서 큰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 유사성보다 훨씬 큽니다. 심지어 우리가 완벽하게 동일한 기존 경험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샘플 크기가 1개인 통계를 얼마나 믿어야 할까요? 저는 별로 믿을만하지 않다고 봅니다. 투자자들은 눈을 감고 움직인다는 공포에 과거 자료에 기대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믿을 수 있는건 아닙니다.

 

예상하지 못한 영향들

 

예측은 미래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신기루를 만들어낸다.

-피터 번스타인

 

예측의 합리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이 세상이 과연 우연에 따라 움직이는지 필연에 따라 움직이는지 결정해야합니다. 쉽게 말해서, 완전히 예측할 수 있는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가? 혹은 그 사이의 어딘가인가? 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완전한 우연과 완전한 필연 사이 어딘가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대부분의 예측이 무용해질 정도로 우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때는 예측 가능하고 어떤 때는 예측 가능하지 않으며, 우리가 그 둘을 구분할 수 없다면 예측이란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저는 퍼거슨의 기사를 읽으면서 새 단어 "결정론적(Deterministic)"을 배웠습니다. 옥스포드 사전에 따르면 "자연 법칙이나 기존 사건으로 인해 결정되는"이라고 합니다. 파인만의 전자들처럼,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세상이었다면 모든게 훨씬 단순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들의 연관성 때문에 경제와 시장은 자연 법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존 사건들은 "반복될 수도" 있고 "발단"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건들이 똑같이 발생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저는 경제와 시장을 구성하는 과정들이 결정론적이 아니며, 예측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

 

더 깊게 파고들자면, 입력값들조차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수의 입력값들은 날씨, 지진, 실수, 죽음 등 우연으로 결정됩니다. 다른 요소들로는 정치와 지정학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요소들도 있고, 모르는 요소들도 있습니다.

 

퍼거슨은 그의 블룸버그 오피니언 기사에서 영국 작가인 G. K. 체스터톤(Chesterton)을 언급했습니다. 이를 읽으면서 제가 또 다시 방문한 위험(2015년 6월)이라는 메모에서 사용했던 체스터톤의 문구를 상기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진짜 문제는 이 세상이 불합리하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가장 흔한 문제들은 거의 합리적이지만, 완벽하게 합리적이지는 않다는 것에서 발생한다. 삶은 비논리적이지도 않지만, 논리학자들에게 두통을 유발한다. 삶은 그 실체보다 아주 약간만 더 수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보인다. 정밀성은 누가 봐도 당연해보이지만, 부정밀성은 항상 어딘가에 숨어있다. 야생성이 숨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맨 윗 페이지에서 설명한 점심 식사 자리로 돌아가자면, 주최자는 다음과 같이 자리를 시작했습니다. "근 몇 년간 우리는 COVID-19 전염병 사태, 연방준비위원회의 경기 부흥의 놀랄만한 성공, 그리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겪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아무런 경고 없이 다가왔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주최자의 의도는 참여자들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예측이 틀렸던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내려놓고 새로운 예측을 내놓고 그에 맞춰 투자하자는 것이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제 반응은 꽤 달랐습니다. "현재 환경을 유도해낸 위 상황들은 매우 광범위합니다. 위 상황들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았을 때, 우리들이 예측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다른 예시로는 2016년 가을이 있습니다. 모두가 확신하는 사실이 두 개 있었는데, 바로 (a)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 (b) 무슨 이유든 도날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당선된다면, 시장은 바닥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했고, 주식 시장은 크게 올랐습니다. 근 6년간 경제와 시장이 받은 영향은 매우 컸고, 저는 2016년 대선에 관해 전통적인 관점을 고수했던 어떤 예측도 그 다음 기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고 확신합니다. 다시 말하건데, 이러한 사실을 보았을 때 (a) 우리는 무엇이 일어날지 모르며, (b) 일어난 일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합니다.

 

예측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신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은 당신이 뭘 몰라서 그런게 아니다. 당신이 안다고 착각하는 것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Mark Twain)

 

제 최근 메모인 거시경제에 관해서(Thinking About Macro)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70년대에 경제학자란 시장 결과와 대조하지 않는 펀드 매니저라고 생각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경제학자는 매번 예측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는데, 곧장 다시 새로운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자주 맞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운용 기록이 없는 자산 운용사를 고용하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경제학자들 항상 예측을 내놓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기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예측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측이 필요하십니까? 당신의 근무지에 예측가들과 경제학자들이 있나요? 제 예전 고용주들과 같이 그들의 출판물을 구독하고 그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나요?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자주 맞습니까? 당신은 그들 중 누구를 믿고 누구를 거를지 구분하는 방법을 아십니까? 당신의 투자 성과에서 그들의 기여를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까? 제가 묻는 이유는 제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위와 같은 내용에 대한 연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거시적 예측에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을 고려했을 때, 거시적 예측이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그 가치에 대해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거시적 예측은 계속됩니다. 많은 예측가들은 자산 운용 펀드 팀의 일부이거나 그 팀들에게 예측과 조언을 제공합니다. 이에 불구하고 액티브 펀드들은 지난 수십년간 부실한 운용 실적으로 인해 인덱스 펀드들에게 시장 지분을 잃었고, 현재 미국 자산 운용 펀드 중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거시적 예측의 무용성이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냈을 수 있을까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제가 알기로 단 한 곳만이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매크로 헤지 펀드 성적표입니다. 헤지 펀드 연구소(Hedge Fund Research, HFR)은 다양한 헤지 펀드 실적 인덱스를 발표합니다. 아래는 다양한 헤지 펀드 인덱스들의 장기 성과와 S&P500을 비교하는 표입니다.

 

  HFRI Hedge Fund Index HFRI Macro(Total) Index S&P 500 Index
5년간 기하평균 5.2% 5.0% 12.8%
10년간 기하평균 5.1% 2.8% 13.8%

 

위 표가 의미하는 바는 HFR에 따르면, 평균적인 헤지펀드들은 설정된 기간 동안 S&P 500를 크게 하회했고, 평균적인 매크로 헤지펀드들은 심지어 더 크게 하회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여전히 4.5조 달러의 투자금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헤지 펀드들은 수익률 이외에 무언가를 제공해야 정상이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는 매크로 헤지 펀드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예측과 관한 제 의견에 대해 추가 증거를 제공하고자 이 업계에서 매우 드문 자기 비판 선언서를 가져왔습니다. 7월 24일 뉴욕 타임즈의 일요일 사설에서 발견한 7 페이지짜리 기사입니다. 8명의 뉴욕 타임즈 사설 필자들이 본인들이 잘못 예측한 점들에 대해 서술했습니다. 가장 관련있는 사람은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며, "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잘못 생각했습니다"라는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아래는 그 중 일부입니다.

 

2021년 초기, 미국 경기 침체 억제와 관련하여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저는 인플페이션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쪽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건 매우 좋지 못한 생각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과열로 인해 이 정도 인플레이션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제 모델에 무언가 매우 잘못됐음을... 한가지 가능성은 역사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전염병 사태와 그 사후 일련의 과정들에 적응하면서 발생한 혼란이 아직도 큰 역할을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대도시 봉쇄는 한층 더 심각한 혼란을 더했습니다...

어떤 경우든, 이 경험은 겸손에 대한 큰 교훈이었습니다. 아무도 믿지 않을 수 있지만,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정석적인 경제 모델들은 꽤나 잘 맞아들어갔고, 저는 이를 2021년에 적용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회상해보건데, COVID-19로 인해 새롭게 변한 세상에서 그러한 외삽은 안전한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크루그먼의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솔직함에 감탄했습니다. 비록 제가 2009년부터 2010년간 시장 예측이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지만요. 크루그먼의 실수에 대한 그의 설명은 훌륭하지만, 여전히 모델과 외삽과 예측을 멀리한다는 말은 없습니다.

 

겸손함은 이제 전 세계에서 예측치를 가장 많이 발표하는, 경제학 박사 400명 이상이 근무하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까지 흘러가고 있습니다. 다음은 경제학자 게리 실링(Gary Shilling)이 블룸버그 오피니언에 8월 22일 작성한 내용입니다.

 

연방준비위원회의 선제 안내 프로그램은 재앙이다. 중앙은행의 신용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의장인 제롬 파월(Jerome Powell)은 연방준비위원회가 미래 금리, 경제 성장, 인플레이션 등을 안내하는 것을 중단해야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선제 안내의 기본적인 문제는 연방준비위원회가 예측하는데 실패한 자료들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연준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지속된 대침체 이후의 경제적 회복에 대해 과하게 긍정적이었다. 2014년 9월, 정책가들은 2015년 실질 GDP 성장을 3.4%로 예상했으나 정작 2015년 9월에는 기대치를 2.1%로 낮춰야했다.

연방 준비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연준에 의해 설정되고 제어된다. 그리고 누구도 중앙은행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FOMC 의원들은 자신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조차 끔찍할 정도로 예측하지 못한다. 2015년 그들이 예측한 2016년 금리는 0.90%, 2019년 금리는 3.30%였다. 실제 숫자는 0.38%와 2.38%였다.

오늘날 많은 사건들이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데 기여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연준은 그 선도 안내 제도로 그 불확실성을 더 맹렬하게 키웠다. 기억하자면 올해 초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공급망 혼선과 전염병 사태이후 경기 재개에 의한 마찰이며, 일시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매우 늦게 이 견해를 바꾸고 금리를 올렸으며, 추가적으로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고 신호했다. 부실한 연준의 예측이 부실한 선제 안내를 만들었고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거시 경제를 예측함으로써 유명해지고 부유해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투자 업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는 "매크로 투자자"로 성공한 사람들은 극도로 드뭅니다. 실존하는 예시가 매우 드물다면 제 어머니께서 말하셨듯이 "예외가 증거다"라는 경우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바로 거시적 예측이 매우 드물게 효과적인 성과를 낸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성공 신화의 결핍이 이 주장의 정당함을 증명한다고 믿습니다.

 

실무자는 예측이 필요 없다

 

예측은 주로 미래보다는 예측자에 대해 더 많이 알려준다

- 워렌 버핏(Warrent Buffett)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유용한 거시적 예측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저는 매우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자산 운용사들, 경제학자들, 그리고 예측가들이 시도할까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 천 명입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 질문은 "도대체 왜?" 입니다. 만약 거시적 예측이 장기간에 걸쳐 투자 성과를 낼 수 없다면 왜 투자업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예측을 믿고 추구할까요? 제 생각에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그게 이 직업의 일부라서
  • 모든 투자자들이 항상 해온 일이기 때문에
  •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특히 경쟁자들이 해왔기 때문에
  • 내가 여태까지 계속 해와서 갑자기 그만 둘 수 없기 때문에
  • 만약 예측을 하지 않으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없어서
  • 투자란 미래 사건에 대해 자본을 배분하는 일이고, 예측 없이는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불완전한 예측이라도 필요하다.

이번 여름, 내 아들 앤드류의추천을 받아 매우 흥미로운 책(Mistakes Were Made (but Not by Me): Why We Justify Foolish Beliefs, Bad Decisions, and Hurtful Acts)을 읽었습니다. 책의 주제는 자기 합리화입니다. 저자들은 사람들이 기존 보유하고 있던 인식에 어긋나는 새로운 증거들과 만났을 때 "인지적 불협화음"이 일어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만났을 때, 무의식적인 기제가 사람들의 기존 인식을 정당화하고 유지하도록 도와준다고 주장합니다. 아래는 책에서 인용한 내용입니다.

 

만약 당신이 실무에서 활용되는 몇 가지 신념을 가지고 있고, 그 신념들 중 일부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당신이 해야할 일은 둘 중에 하나입니다. 당신이 틀렸다고 인정하고 접근 방법을 변경하거나, 혹은 새로운 증거를 무시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들이 틀렸다는 명확한 증거를 마주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관점이나 행동을 수정하기 보단 더 집요하게 본인들의 기존 관점을 강화시킵니다.

우리가 한 번 신념을 가지고 그 신념이 옳다고 생각했다면, 그 마음가짐을 바꾸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사고 구조를 뜯어고치기 보다는 새로운 증거를 기존 사고 구조에 넣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게 더 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신념을 부정하는 증거들을 만났을 때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 대비되는 정보를 부정합니다.
  • 본인들의 삶에서 특정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본인들의 관점을 강회시키는 그 부분에만 집중합니다.
  • 편향 인식을 통해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기존 관점을 강화시키는 증거를 찾습니다.

저는 이러한 요소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예측을 만들고 소비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구체적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거시적 예측이 투자에서 분리될 수 없는 일부라고 생각
  • 기존 들어맞았던 예측, 특히 여론과 대조되는 대담한 예측은 기쁘게 기억
  • 예측이 얼마나 맞았는지에 대해 과대평가
  • 예측이 얼마나 틀렸는지에 대해 과소평가
  • 예측의 정확도에 대한 기록 부재
  • 예측이 맞았을 시 미래에 얼마나 벌어들일지에 대해 집중
  • 모두가 한다는 주장
  • 가장 중요하지만, 우연하거나 외부 사건으로 인해 예측이 틀렸다고 주장. (기존에도 말씀드렸지만, 그렇게 쉽게 틀릴거면 왜 예측을 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의도를 가진 정직한 사람들조차도, 개인의 이득을 추구하기 위해 타인이나 객관적인 사실을 희생하곤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타인이나 객관적인 사실을 희생시킨다는 것을 모릅니다. 그들은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근거가 많습니다. 찰리 멍거(Charlie Munger)가 자주 데모스테네스를 인용해 말하듯이, "자신을 속이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은 없다. 왜냐햐면 우리는 원하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저는 예측가들이 사기꾼이나 돌팔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똑똑하고 고등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이며 본인들이 유용한 일을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이익 추구에서 그들은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유도되며, 자기 합리화가 그들을 정반대의 증거 앞에서도 그들의 관점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모건 하우젤(Morgan Housel)이 최근 기사에 다음과 같이 서술했습니다.

 

과거에 우리가 예측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앞으로도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열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확실성은 너무나도 귀중하기 때문에 우리는 절대로 확실성에 대한 추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가 얼마나 불확실하다는 것을 안다면 잠에 들지 못할것이다.

- "Big Beliefs," Collaborative Fund, 2022년 8월 24일

 

몇 년 전 제 생일에 오크트리 공동 창업자인 리차드 메슨(Richard Masson)으로부터 괴별난 선물을 받았습니다. 뉴욕 타임즈의 오래된 신문들이었는데, 저는 항상 1929년 10월 30일자 신문의 헤드라인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다우 존스 산업평균지수가 23% 하락한지 이틀 뒤 나온 신문이었는데, 헤드라인에는 "은행가들은 긍정적이다"라고 써져 있었습니다. 3년도 되지 않아 다우는 85% 하락했습니다. 대부분의 은행가들과 자산운용사들은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라는데서 동의합니다.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 편이 그들한테 이득이 됩니다. 더 많은 거래가 오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긍정성은 그들의 예측과 행동에 영향을 끼칩니다.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거나

 

나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곧 있으면 오기 때문이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거시적 예측을 하기 전, 아래와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 필요한 가정과 입력값들의 수
  • 처리되어야 할 과정과 상호관계의 수
  • 해당 과정들에 내재된 불안정성
  • 우연성의 역할과 가능성

제 결론은 예측이 가치가 있기에는 너무 자주 틀린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많이 말했지만, 결론 정리를 위해 다시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 대부분의 예측은 기존 성과의 외삽을 포함한다
  • 대부분의 거시적 발전이 기존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외삽은 대부분 들어맞는다.
  • 따라서 대부분의 예측은 맞는다. 하지만 증권 가격이 외삽 결과와 연동되어 있기 대문에 예측치를 따라 투자하는 사람은 예측이 맞을 경우 추가 성과를 얻을 수 없다.
  • 그리고 한 번씩, 경제 거동이 기존 패턴으로부터 크게 벗어나는 순간이 온다. 이 변동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이로 인해 시장이 움직이고 이런 변동을 예측하는 것은 큰 수익이 된다.
  • 하지만 경제가 과거 트렌드로부터 자주 벗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변동성을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대부분의 변동성에 대한 예측은 틀린다.
  • 따라서 우리는 두가지 예측이 있다. (a) 외삽형 예측으로, 대부분 맞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다. (b) 변동성에 대한 예측으로, 대부분 틀려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
  • 결론: 대부분의 예측은 수익 개선에 무용하다.

 

이 메모의 도입부에서 나왔던 점심 식사 자리에서, 주최자는 참여자들에게 연준의 정책 등에 의해 참여자들의 투자 포지션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물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를 대비해 금리를 크게 올리며 경기 침체를 가져올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리스크를 회피 중입니다." 혹은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저는 4분기에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연준이 내년 1월부터는 온화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년에는 주식 강세가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위와 같은 주장을 듣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위 사람들은 오직 한 개의 요소만을 고려해 예측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발언자들은 한 개의 요소만을 기반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가정을 통해 무엇을 간소화했을까요? 바로 연방준비위원회의 정책 이외에 모든 것을 고정시켰습니다. 3차원 체스를 해야할 때 체커를 하는 골입니다. 연방준비위원회의 행동을 예측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외에도, 연준의 행동에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반응할지, 인플레이션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 외에 모든 다른 일들 또한 고려되어야 합니다. 만약 경제와 시장을 결정하는 요소가 천 개라면, 나머지 999개는 어떻게 고려되나요? 임금 협상에 따른 결과, 중간 선거에 대한 결과,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유가에 대한 요소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사실 사람이 한 번에 집중할 수 있는 요소는 매우 적습니다. 수많은 고려사항을 모두 감안하고 그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상관관계가 특히 그렇습니다.)

 

만약 당신이 경제적 예측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더라도, 그건 오직 절반의 성공입니다. 당신은 그 특정 경제적 행동이 어떻게 시장 결과로 해석될지도 맟춰야합니다. 이는 완전히 별개의 예측이며, 역시 수많은 변수들, 특히 심리적이고 사실상 알 수 없는 변수들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워렌 버핏(Warren Buffet)에 따르면, 그의 스승인 벤 그레이엄(Ben Graham)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투표집계기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울이다." 투자자들의 단기적인 선택이 예측될 수 있을까요? 소수의 경제적 예측가들은 2020년 3월 연방준비위원회와 미국 재무부의 행동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올바르게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 누가 경제가 되살아나기도 전에 주식 강세장이 시작되리라 예측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2016년에 제게 워렌 버핏이 거시적 예측에 대한 본인의 관점을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정보가 유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중요해야하고, 알 수 있어야 합니다."

 

  • 당연한 말이지만 거시적 예측은 중요합니다. 요즘들어 특히 투자자들은 예측가의 단어 하나하나, 거시적 사건, 혹은 연준의 사소한 움직임까지 매달립니다. 제가 이 산업에 들어갔을 때와는 달리, 거시 경제만이 중요하고 개별 기업의 중요도는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 저는 거시적인 미래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워렌 버핏과 동의합니다. 아니면 적어도 누군가 다른 투자자들보다 지속적으로 더 잘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식의 우위에 서서 우월한 투자 선택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워렌 버핏은 거시적 경제 예측을 무시하고 미시적 요소들 - 회사, 산업, 증권 - 에 집중해 성공한 투자자들의 대표자입니다.

 


제가 2001년에 발표한 알파란 무엇인가에서, 저는 "안다" 학파와 "모른다" 학파 개념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 2004년 우리와 그들에서 이 개념에 대해 더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이 메모를 마무리하면서, 제가 위 학파에 대해 썼던 내용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제가 아는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주로 "안다"학파에 속했습니다. 특히 1968년부터 1978년까지 제가 주식을 분석했을 때, 그리고 1978년부터 1995년까지 비주류 투자에서 일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안다" 학파의 사람들을 구분하는 것은 쉽습니다.

  - 투자 성공을 위해서는 경제, 금리, 시장, 그리고 대표주들의 미래 방향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미래 방향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들이 미래 방향을 알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a) 모두가 성공할 수 있거나 (b) 오직 소수만 성공하지만, 그들이 그 소수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 미래에 대한 의견에 따라 투자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 정확한 미래 예측은 정말 대단한 정보이지만, 이를 남들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 자신들의 예측이 맞았는지 정밀하게 판단하기 위해 예전 기록을 들춰보지 않습니다.

"자신감"이 이 학파의 키워드입니다. "모른다" 학파의 키워드는, 특히 거시적 미래에 대해서, 반대로 "신중함" 입니다. "모른다" 학파는 미래를 알 수 없다고 믿고, 알 필요도 없으며, 미래를 모르는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안다" 학파의 일원으로써, 당신은 미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누군가 펜과 종이를 꺼내 받아적을 수도 있겠죠. 당신의 의견이 권위를 사면서 매력적인 저녁식사 손님으로 고려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주식 강세장에서 그렇습니다.

"모른다" 학파에 입문하면 결과가 복합적입니다. 당신은 친구들과 낯선 사람들에게 "모릅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친척들조차 당신에게 시장에 대해 물어보지 않습니다. 당신은 절대로 천 분의 일 확률로 당신의 예측이 맞아떨어지고,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당신의 사진이 나타는 영광을 누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당신은 예측이 빗나갔을 때 비난받지 않고, 미래에 대해 과평가된 지식으로부터 유래된 손실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잠재적 고객들이 당신의 투자 세계관을 물었을 때 "전혀 모르겠네요" 라고 마음 편히 말할 수 있을까요?

어느 학파가 더 좋은지의 핵심은 최근 사망한 스탠포드 대학의 행동학자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의 발언에 있다고 봅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자신들이 확실히 알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로 인해 움직인다는 것보다는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확실히 투자 업계에서 거시적 예측을 사용하고, 공유하고, 이에 기반해 고객들의 자산을 배분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습입니다. 또한 자산 운용사들 입장에서는 예측을, 특히 본인들의 예측을 믿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하지 않는 것은 엄청난 불협화음을 불러옵니다. 하지만 그들의 믿음이 과연 정당할까요? 저는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몇 년 전, 제가 시티 뱅크에서 일했을 시 친해진 주관사 경제학자가 중요한 문제로 제게 연락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당신이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더 이상 경제 예측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저는 사람들에게 요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제 생각에 미래에 이런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삶이 훨씬 나아졌습니다." 제가 여러분들께 같은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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