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골동품 상점에 들렸다가 오래된 고문서를 산 적이 있습니다. 바로 청나라의 선통제 시절 발행된 채권입니다. 상하이와 난징을 잇는 철도 건설용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인데요, 보시면 100 스털링 파운드에 대해 연간 5%의 이자를 제공하겠다고 적혀있습니다. 언젠가는 중국이 이 부채를 갚지 않을까 싶어 하나 사두었는데 제 생전에 그런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Figure 1. 중화인민공화국에서 하루라도 빨리 부채를 상환하기를 바랍니다]

 

여하튼 이 사진을 보면 왼쪽에 쿠폰이 줄줄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이야 세상이 좋아져 가만히 있어도 이자가 따박따박 내 통장에 들어오지만, 전산이 없었던 예전에는 그런 사치는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채권 옆에 쿠폰을 붙어놓고, 매 이자 지급 일자가 되면 해당 쿠폰을 뜯어서 발행자를 찾아가야 했습니다. 그러면 발행자가 쿠폰을 확인하고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여기서부터 이표(Coupon)이란 말이 시작됐습니다.

 

이런 이표채가 가장 일반적인 채권의 구조입니다. 주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일에 마지막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이라고 다 해당 구조를 따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 집을 사시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대출 옵션 중에 다양한 분할상환을 보셨을 것입니다.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면서 매번 내는 이자의 크기를 줄여나가는 옵션인데, 이를 amortizing loan이라고도 합니다.

 

[Figure 2.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상환방식]

 

개인도 분할상환을 할 수 있다면 기업도 할 수 있겠죠? 이러한 채권을 감채기금부채권(Sinking Fund Provision)이라고 합니다. 매년마다 원금의 일부를 상환하여 부채의 규모를 슬슬 줄여가는 구조입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채권 자체의 안정성이 높아집니다. 만기날 갑자기 못갚겠다고 눕는것 보다는 주기적으로 원금을 상환해나가기 때문에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즘같이 금리가 상승하는 구간에는 돌려받은 원금과 이자를 더 높은 금리에 재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금리가 낮아지는 구간에는 돌려받은 돈을 더 낮은 금리에 재투자해야하는 단점이 생깁니다. 하기사 세상에 어떻게 좋은 일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위험을 재투자 리스크(Reinvestment Risk)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요새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는 변동금리입니다. 차주의 입장에서는 금리가 더 낮아질수도, 더 높아질 수도 있어서 위험과 수익을 함께 안고가는 상품이지만, 대주의 입장에서는 일정의 고정 수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대주들도 남들한테서 돈 빌려서 장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1112041800002?input=1195m 

 

은행 주담대 70∼90%, 고정금리 선택…커지는 변동금리 공포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최근 주요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금융소비자 가운데 70% 이상이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

www.yna.co.kr

 

[Figure 3. 변동금리 구조]

 

우리나라에서 변동금리로 은행대출을 받을 때 사용되는 기준은 COFIX(Cost of Fund Index)입니다. 다만 이건 개인이 사용할 때 쓰인 기준금리고, 예전에는 영국의 리보 금리(London Interbank Offered Rate, LIBOR)금리었습니다. 이걸 과거형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리보 금리는 22년 이후로 산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리보 금리란 유수의 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려줄 때 사용하던 금리였는데, 이게 실제 금리를 검사해서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들이 보고하는 숫자를 그대로 가져다가 산출했습니다. 그렇게 은행들이 자기들 좋자고 리보 금리를 조작하다가 2012년에 딱 걸렸고 결국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각국마다 자신만의 무위험금리를 산출해서 사용하는데요, 해당 내용은 나중에 별도의 포스트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1201500126 

 

‘리보 금리’ 역사 속으로… 2023년 상반기까지 단계적 폐지

전 세계 은행 간 거래에서 단기 차입 기준으로 삼는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가 2023년 6월 말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리보를 대체할 금리 기준 상용화의 어려움 때문에, 당초 2021년이던

www.seoul.co.kr

 

이 외에도 변동금리는 종종 천장과 바닥 설정이 붙어있기도 합니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일정 이상이나 일정 이하로는 넘어가지 않게 제한하는 조항입니다. 혹시 주담대 금리가 너무 오른다 싶으면 약관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세요! 혹시 압니까, 금리 천장 설정이 붙어있을지?

[Figure 1. 대놓고 사기치기가 가능한 세상]

 

자본주의가 대한민국에 도입된지도 수 십 년이 지났고,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본인 돈이 아니라 타인 돈까지 사용하여 사업을 시작하는데 익숙합니다. 이렇게 사업하는데 필요한 돈을 가져오는 방법을 유식하게 포장하면 "자본 조달"이 됩니다. 자본 조달에는 크게 (1) 내부유보자금, (2) 부채 차입, (3) 회사채 발행, (4) 신주 발행 4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Myer에 따르면 기업의 자본조달 방법의 선호도는 정보비대칭이 적은 순서인 (1) > (2) > (3) > (4)번인데...좀 TMI군요. 이 중에서 우리는 (2) 부채 차입과 (3) 회사채 발행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1. 채권 발행

 

채권 발행의 주체는 기업이 될 수도 있고, 정부가 될 수도 있으며, 국제기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돈이 필요한 누군가가 투자은행에 연락해 채권을 발행하겠다고 연락을 하면 투자은행(IB)은 수요조사를 시행합니다. 잠재적 고객은 누구고 그들이 요구하는 금리는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 후 채권 발행을 진행합니다. 사실 여기서 자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회사는 최소한의 이자만을 내길 원하고 투자자들은 최대한의 이자를 받아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런 줄다리기가 성공적으로 합의된다면 채권을 발행하는데, 이런 시장을 1차 시장(Primary Market)이라고 합니다. 공개적으로 판매할 수도 있고(공모), 혹은 몇몇의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수도(사모) 있습니다. 정부채의 경우 주로 경매 식으로 낙찰됩니다.

 

[Figure 2. 패배자의 계좌에는 죽음 뿐!]

 

여기서 IB의 책임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IB가 채권 발행사의 채권을 책임지고 전부 팔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수수료를 더 쎄게받는 대가로 IB가 채권을 전부 인수한 후 타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매도합니다. 이를 총액인수(Underwritten Offering)이라고 합니다. 이에 비해 IB가 팔 수 있을만큼만 팔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수수료는 조금 낮아지겠지만, IB는 채권 판매 실적 부진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모집주선(Best Efforts Offering)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발행된 채권들은 2차 시장(Secondary Market)에서 유통됩니다. 주로 기관투자자들이 많이 거래하지만, 일부는 개인 투자자들에게까지 오기도 합니다.

 

[Figure 3. 채권 판매]

 

채권 중 일부는 장내 채권으로 주식처럼 거래되기도 하고, 혹은 증권사가 판매하는 장외채권으로 팔리기도 합니다. 위 사진은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의 MTS 캡쳐 화면입니다. 제가 모든 증권사를 다 써본 것은 아니지만 신*, 미*에*, 삼*보다는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더 괜찮은 장외채권을 제공하더군요....

 

2. 부채의 종류

 

사실 채권의 종류는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채권은 주식처럼 정형화되서 거래되기보단 각 투자자와 발행자의 수요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프롤로그에서 말씀드린대로 이번 시리즈는 채권 투자보다는 기업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는지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 위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2.1. 은행

 

우리가 돈이 필요할 때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는 것과 같이 기업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곤 합니다. 사실 이 편이 발행이라는 귀찮은 절차를 피할 수 있어서 기업도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은행 한 군데에서도 돈을 빌릴 수 있지만 부채의 규모가 상당하다면 은행도 부담을 느낍니다. 이 때 은행 여러군데에서 연합해 돈을 빌려줄 수 있는데요, 이를 신디케이트 론(Syndicate Loan)이라고 합니다.

 

2.2. 기업 어음(Commercial Paper, CP)

 

자금 조달 방법 중 C-시리즈의 첫 번째입니다. 주로 제법 덩치가 있는 회사들이 단기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발행하는 증권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1년 미만으로 발행되며, 미국에서는 270일 미만의 만기를 두고 발행됩니다. 물론 이건 주로 그렇다는 말이고, 금융감독원(한국)이나 SEC(미국)의 허락을 받으면 1년 이상으로도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은행 대출보다는 낮은 금리를 가집니다.

 

기업어음은 장기 부채를 조달하기 전 임시방편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기업 어음을 연속적으로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1년마다 새로 기업 어음을 발행하는 식으로요. 경기가 좋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안좋아지고 자금 경색이 일어나는 시기에는 새로운 기업어음을 발행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돈을 빌려준다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새로 기업 어음을 발행하지 못한다면....회사가 매우 어려워지겠죠? 이를 선물시장과 같이 롤오버 리스크(Rollover risk)라고 칭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업 어음의 특징은 대부분 이표채가 아닌 할인채라는 것입니다. 해당 구조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이표, 즉 이자는 분기별, 반기별, 연도별로 지급합니다. 하지만 만기가 짧은 채권이니 이자를 지급할 시간이 없겠죠? 따라서 해당 이자만큼 할인한 가격으로 기업 어음을 판매합니다. 예를 들자면 100만원을 빌려서 이자 10만원과 원금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아닌, 90만원을 빌리고 만기에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2.3. 회사채(Corporate Bond, CB)

 

C-시리즈의 두 번째입니다. 일반적인 채권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채권입니다. 종류가 상당합니다. 고정금리일 수도, 변동금리일 수도 있으며 담보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고 다양한 옵션이 붙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기업 어음과는 달리 회사채는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만기에는 딱히 제한이 없어 회사채 중에는 영구채도 존재합니다. 회사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계속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입니다. 몇 년 전에 두산이 영구채를 발행해 화제가 됐던 적도 있었습니다.

 

영구채, 국제기준상 자본이지만… | 경영일반 | DBR (donga.com)

 

[DBR] 영구채, 국제기준상 자본이지만…

      지난 2012년 10월 두산인프라코어는 5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이 채권이 성공적으로 발행되면서 두산인프라코어는 앞으로 상당기간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

dbr.donga.com

 

2.4. 유동화자산(Asset Backed Securities)

 

내용이 좀 복잡한 관계로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2.6. 양도성 예금증서(Certificate of Deposit, CD)

 

C-시리즈의 마지막인 CD, 양도성 예금증서입니다. CD는 일반적인 기업보다는 은행에서 사용됩니다. 은행이 자금을 융통하는 방법은 여러분들의 예금을 받아서도 있지만, CD를 발행해 돈을 빌려올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중도에 팔 수 없게 설정되어 있지만, 일부 CD에 한해서는 중도에 매매가 가능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2.7. 환매조건부채권(Repurchase Agreement, Repo)

 

마지막으로는 RP, 환매조건부채권입니다. 이름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듯이 기업이 추후에 해당 채권을 더 높은 가격에 되사가겠다고 약속하고 채권을 팝니다. 사실상 돈을 빌리는 셈입니다. 이렇게 채권을 판 가격과 채권을 되사가는 가격의 차이를 레포 금리(Repo rate)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채권이라는 담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은행이나 기업 어음보다는 낮은 금리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채권이라고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니, 채권의 안전성에 따라 레포 금리가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다 망해가는 회사의 채권을 환매조건부채권으로 판다면, 정말 많은 안전 마진을 제공해야합니다.

 

또한 당연히 기업이 채권을 레포로 파는 가격은 해당 채권의 가격보다 싸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그 기업한테서 그 채권을 살 필요가 없겠죠? 그냥 내가 채권 시장에서 사면 되는데. 이렇게 레포 채권의 가격과 실제 채권의 가격 차이를 레포 마진(Repo margin)이라고 합니다. 이 마진은 레포 금리와 같이 채권 자체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받지만, 레포 채권을 파는 기업의 신용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망한지 한참 되긴 했지만 옛날에 LTCM(Long Term Captial Management)라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여기는 진짜 천재들이 굴리는 회사였습니다. 당장 창업주들부터 블랙-숄즈 모형으로 노벨상 받고 차린 회사였거든요. 한 때 LTCM의 신용도는 정말 전설적이여서 레포 마진을 사실상 없애기도 했습니다. 누가 LTCM이 망하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요? 하지만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 회사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채권의 발행과 종류에 대해 간략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읽으실 때 어떻게 자금 조달을 하는지 기초적인 용어 정리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빚문서"

 

넵! 빚문서 맞습니다. 정확히는 거래될 수 있는 빚문서입니다. 제가 옆집 철수한테 빌린 돈에 대해 차용증을 작성했고, 철수가 그 차용증을 윗집 영희한테 팔면 저는 평소에는 이자를, 만기 시에는 원금을 옆-윗집 영희한테 돈을 갚는 식으로 움직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번 시리즈에서 차차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더 깊게 들어가기 전 이 시리즈는 채권에 직접 투자하기에 도움이 되기에는 부적합한 내용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채권은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매우 떨어지는 편이며, 거래대금 또한 매우 큰 편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쉽게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이시라면 애초에 제 블로그를 보시지 않을거 같네요. 이 시리즈는 주식 투자에 있어서 기업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했으며 유동성 및 지급능력을 확인하는데 필요한 채권 정보들을 서술하고자 합니다.

 

아래는 이번 시리즈의 목차입니다. 쓰다가 언제든지 바뀔 수는 있지만 일단 아래와 같이 시작하고자 합니다.

 

1. 채권 시장 및 채권 종류: 채권 시장 및 부채의 종류 :: 마음 편한 투자를 위한 간편노트 (tistory.com)

2. 채권의 현금흐름 (1) - 개요: 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44

3. 채권의 현금흐름 (2) - 특이한 채권들: 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45

4. 채권 가치평가 (1) - 개요: 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46

5. 채권 가치평가 (2) - 현물이자율, 중간평가: 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47

6. 수익률 커브 (1) - 금리기간구조: 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48

7. 수익률 커브 (2) - 수익률 곡선의 종류: 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49

8. 자산유동화증권(ABS)(1) - 개요: 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51

9. 자산유동화증권(ABS)(2) - 위험과 종류: TBA

10. 채권의 수익률과 위험성(Duration): TBA

11. 채권 신용평가: TBA

 

그럼 다음에 채권 시장 및 채권 종류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근 친구들과 함께 부부동반 모임을 가진 적 있습니다. 분명히 사교모임이었지만 다들 먹여살릴 입이 있는 사람들이라 어쩔 수 없이 투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선 투자 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등장했습니다. 주식과 부동산 중 어느 쪽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요?

 

1. 가정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자산군별 수익률과 리스크를 알아야합니다. 먼저 수익률부터 정의해보겠습니다. 사실 주식의 경우 수익률 계산은 쉽습니다. 자산 가격 상승분에다 배당을 더하면 바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주식의 수익률은 매년 배당금을 재투자했다고 가정하고 계산했습니다. 이에 비해 부동산은 정의가 살짝 까다롭습니다. "실거주"의 가치는 사람이 설정하기 나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 하나하나의 가치관을 따질 수는 없으니 시장에서 형성된 "실거주"의 가격, 즉 (1) 월세와 (2) 전세금 이자 기준으로 설정했습니다.

 

또한 부동산은 하나하나의 가격이 큰 편이라  주식과 달리 다달이 나오는 월세와 전세금 이자를 바로 재투자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부동산의 중위가격 산출이 2008년부터 시작되어 언제 재투자 가능한지를 모른다는 점, 전월세 전환율이 2016년부터 산출되어 자료가 부족한 관계로 전세금 이자만큼을 바로 다시 부동산 시장에 재투자한다고 가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주식과 부동산, 혹은 지수가 대표성이 있는지를 정해야합니다. 주식은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KOSPI를, 부동산은 가장 유동성이 좋아 가격과 가치가 가장 근접하리라 생각되는 아파트를 사용했습니다. 땅이나 전원주택은 정말 뜬금없이 거래되기도 하거든요....

 

2. 자료

2.1. 부동산

 

부동산 자료는 KB부동산 데이터허브를 사용했습니다. 다만 전월세 전환율 자료가 2016년부터 시작되어 월세는 구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전세가의 이자를 구하는 식으로 계산했습니다. 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https://data.kbland.kr/kbstats/wmh?tIdx=HT01&tsIdx=monthAptSalePriceInx 

 

[KB부동산 데이터허브]

KB가 만든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

data.kbland.kr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https://data.kbland.kr/kbstats/wmh?tIdx=HT03&tsIdx=aptSaleVsRentRatio 

 

[KB부동산 데이터허브]

KB가 만든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

data.kbland.kr

 

2.2. 주식

 

주식의 경우 KOSPI 추종 인덱스 설계했다고 가정하고 KOSPI와 배당수익률을 사용했습니다. 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코스피 지수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343&tblId=DT_343_2010_S0027&conn_path=I2 

 

KOSIS

 

kosis.kr

 

코스피 배당수익률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343&tblId=DT_343_2010_S0032 

 

KOSIS

 

kosis.kr

 

3. 결과

 

코스피의 경우 2001년부터 2021년까지 배당을 재투자했을 시 656에서 4139로 5.86배 증가했습니다. 연평균 수익률은 9.17%입니다. 이에 비해 부동산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전세금 이자를 재투자했다고 가정 시 100에서 370(전국), 450(서울), 491(강남)으로 각각 3.7배, 4.5배, 4.9배 증가했습니다. 연평균 수익률은 6.443%(전국), 7.42%(서울), 7.87%(강남 11개구) 입니다.

 

 

주식이 부동산에 비해 소폭 우위에 있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주식으로 대박난 사람보다는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번 사람 이야기를 더 많이 들으셨을텐데, 제가 생각하는 원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괜찮은 주식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재무제표를 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회계지식이 필요하고, 성장을 보기 위해서는 시장과 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에 비해 부동산은 매물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지, 수압은 괜찮게 나오는지, 교통편은 편리한지 등 실생활에서 얻는 지식을 통해 좋은 매물과 나쁜 매물을 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자산에 대해 따로 공부하지 않은 이상, 아니 사실 공부했어도 부동산이 주식보다 장기보유에 더 용이합니다. 거래 자체도 어렵고, 취득세 및 기타 부대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익이 확실하지 않은 이상 부동산을 쉽게 팔아버리지 않습니다. 부동산의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 또한 거래 빈도를 줄입니다. 이러한 심리적 원인이 장기보유로 인한 이득을 보게 도와줍니다.

 

(3) 마지막으로는 레버리지입니다.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금리도 제법 쎈 편이고 주식시장의 변동성으로 인해 차입금 비율을 크게 높히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제공되며, LTV 역시 최근 문정권의 몇 년을 제외하고는 70% 언저리라는 높은 비율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경우 적당한 환경에서는 낮은 자본금으로 큰 수익을 내기 적합합니다.

 

아래는 위와 같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제가 주식이나 채권 등의 자산군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1) 위 분석결과대로 자산군별 수익률은 주식이 부동산보다 우월합니다. 적당한 리스크를 감내한다면 초과수익률을 낼 수 있습니다.

 

(2) 부동산은 세금으로 인한 손실이 상당합니다. 매수 시 취득세, 보유 시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매도 시 양도세까지 국가가 지속적으로 소위 말하는 "삥"을 뜯어갑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수익률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금 문제는 아파트 가격이 충분히 올라서 매도해야할 때 정부가 "투기꾼"을 언급하며 특별히 더 거둬갑니다.

 

(3) 부동산은 거래 단위가 큰 편입니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중위값은 10억에 달합니다. 이러한 경우 자본이 수백억이 되지 않는 이상 포트폴리오 내 비중 조절이 어렵습니다. 해당 사항은 제가 나중에 큰 부자가 되면 변할 수도 있겠군요.

 

(4) 자산가격 상승 외 수익률을 끌어올리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정부에서 서민 보호를 위해 전세나 월세를 올리는 것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번 임대차 3법 등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주저리주저리 적어놓긴 했지만, 가장 좋은 투자법은 불안하지 않는 자산군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는 불안한 심리로는 시장의 변동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낮은 가격에 손해보며 자산을 팔아버리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행복하기 위해 투자하고 돈 버는 것인데 그 과정 자체가 불행하면 이게 참 모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성투하고 부자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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