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도 한 번 언급한 것 같지만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차를 사신게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쌍용차의 마지막 역작 무쏘였습니다.

 

[Figure 1. 무쏘]

 

그 전까지는 언덕만 만나면 빌빌 기어가는 경차를 탔었는데, 새 차는 정말 혁신적이었습니다. 벤츠에서 받아온 엔진으로 쭉쭉 잘 나가기도 했고, 기존 닭다리 창문 개폐장치 대신 버튼으로 움직이는 창문 개폐 장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단한 차도 시간의 시험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노후화된 엔진은 예전만큼 힘을 내지 못했고, 언덕만 만나면 한숨만 나오게 되더군요. 결국 제가 대학생 때 사실상 범퍼카처럼 사용하다가 중고차로 매각했습니다.

 

이렇게 고정자산 역시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으면 폐기하거나 매각하게 됩니다. 매각할 예정이라면 매각예정자산(Long-Lived Asset Held for Sale)으로 변환되며, 매각이나 폐기 후에는 제거(Derecognition)을 거칩니다.

 

매각예정자산(Long-Lived Asset Held for Sale)

 

더 이상 사용이 어렵다고 판단된 자산은 기존 고정 자산에서 매각예정자산으로 재분류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감가상각이 멈춥니다. 이미 장부가치가 잔존가치 아래로 떨어져서 더 이상 감가시킬 가치도 없습니다. 자산은 바로 손상 여부(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40)를 확인하여 해당 가치에 고정됩니다.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되면 바뀌는게 또 하나 있는데, 바로 가치 복구가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기존 포스팅에서 자산 가치 복구는 IFRS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되면 이 제한적인 복구 가능이 IFRS만이 아니라 U.S. GAAP에서도 가능합니다.

 

제거(Derecognition)

 

무쏘를 팔 수도 있고, 혹은 폐차장으로 바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이제 회사에는 없는 자산이니 재무상태표에서 해당 자산을 제거해야합니다. 먼저 자산을 매도했을 경우를 보겠습니다. 발생주의 회계(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2)를 기억하시나요? 무언가가 나가면 그에 해당(Matching)되는 반대급부가 들어와야 합니다. 매각예정자산을 팔면서 얻은 대금이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에 유입됩니다.

 

  • 재무상태표: 해당 자산에 해당되는 장부가치가 삭제되고, 그에 해당되는 현금이나 매출채권이 기입됩니다. 
  • 손익계산서: 해당 자산의 장부가치와 판매대금의 차이만큼이 손실이나 이익으로 기록됩니다.

 

만약에 무쏘를 팔지 않고 폐차장으로 보냈다면 어떻게 될까요? 폐차장에서 돈을 줄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그냥 공짜로 가져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런 경우 재무상태표에서의 장부가치는 삭제되고, 손익계산서에는 그 장부가치만큼이 손실로 기록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낡은 무쏘를 전등과 교환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때는 전등의 장부가치와 낡은 무쏘의 장부가치의 차이만큼이 손익계산서에 손실이나 이익으로 기록되며, 재무상태표에서는 기존 장부가치가 삭제되고 새로운 장부가치가 기록됩니다.

여러분 최근 넷플릭스에서 나온 수리남이라는 드라마를 보셨나요? 꼭 보시기 바랍니다. 진짜 재밌어요.

 

게다가 드라마를 보면서 재무제표에 대한 이해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답니다! 바로 마약왕 목사 전요한이 그의 든든한 뒷배 델라노 수리남 대통령에 대해 코멘트 해주는데요, 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Figure 1. 손상된 자산]

 

만약 제가 마약왕 목사 전요한이었다면 재무제표를 작성할 시 델라노를 자산으로 넣었을 것입니다. 다년간 돈을 넣으면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자판기 같은 아저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젊었을 때는 빠릿빠릿하고 가성비가 참 좋았는데, 나이가 먹으면서 뇌물에 대한 역치가 높아졌나 돈을 앵간히 먹여도 움직이는게 느려졌습니다. 소위 말해서 "연비"가 나빠졌죠. 이런 경우, 장부에 기록된 델라노의 가치보다 현재 델라노의 가치가 낮아져 자산이 "손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산 손상에 대한 처리는 회계 기준에 따라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IFRS를 먼저 보도록 하겠습니다.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

 

IFRS의 규칙에 따르면 기업은 매 년 자산의 가치가 손상되었는지 확인해야합니다. 손상의 원인으로는 위에 예시로 든 델라노 대통령과 같이 자산 자체가 손상을 입었을 수도 있고, 혹은 비싼 돈을 주고 산 장비의 공급이 확 늘어나면서 시장 가치가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있지만, 별 중요한건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손상의 기준은 간단합니다. 자산의 장부가치(Carrying Value, Book Value)가 회수가능액(Recoverable Amount)를 초과했을 때 손상이 발생했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이는 교과서적인 설명이고, 회수가능액이 장부가치 아래로 떨어졌다고 보는게 더 합리적이겠군요.

 

회수가능액이란 (1) 공정가치(Fair Value)에서 판매 비용(Selling Cost)을 뺀 금액, 혹은 (2) 사용가치(Value in Use) 중 큰 값을 사용합니다. 사용가치는 미래 발생할 현금흐름을 현 금리로 할인해 가져온 값입니다.

 

[Figure 2. Impairment in IFRS]

 

그럼 이렇게 손상이 발생하면 우리 재무제표는 어떻게 변할까요? 먼저 재무상태표에서 자산의 가치가 기존 장부가치(매입 원가 - 감가상각)에서 회수가능금액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그 차액만큼이 손익계산서에서 손실로 기록됩니다.

 

그렇다면 손실이야 반영되는데, 이익도 반영될까요? 델라노 대통령이 다시 빠릿빠릿하게 전요한의 뇌물에 대해 대응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IFRS에서는 이런 자산 손상이 제한적으로 복구 가능합니다. 다만 자산의 가치 상승은 기존 장부가치까지만 올라갈 수 있으며, 그 이상의 자산 가치 상승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U.S. GAAP

 

거의 항상 그렇지만 U.S. GAAP이 조금 더 복잡합니다. U.S. GAAP에서의 자산 손상은 두 단계를 거쳐 진행됩니다.

 

가장 먼저 자산이 손상되었는지 여부부터 결정해야합니다. 이를 위해 회수가능테스트(Recoverability Test)를 진행합니다. 자산의 장부가치와 자산이 벌어올 수 있는 미래 현금흐름의 합을 비교하게 됩니다. 이 때, 미래 현금흐름은 할인된 값이 아니라 있는 값 그대로의 합입니다.

 

[Figure 3. Impairment in U.S. GAAP]

 

만약 회수 가능 여부에서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손실의 정도를 계산합니다. 장부에는 기존 장부가치가 지워지고 공정가치가 대신 들어갑니다. 만약 공정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자산이라면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금리로 할인한 값을 사용합니다.

 

마지막으로, U.S. GAAP에서는 자산 손상에 대한 복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델라노 대통령이 전요한 목사와 화해의 술자리를 가지고 다음 날부터 빠릿빠릿하게 일처리를 해준다고 해도 이미 손상된 자산은 복구되지 않습니다. IFRS보다 더 보수적인 U.S. GAAP의 시야를 보여줍니다.

저번 포스트(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38)에서는 감가상각이 무엇인지, 그리고 감가상각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 포스트에서는 부분상각(Component Depreciation)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부분상각(Component Depreciation)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자동차를 가지고 계신가요? 자동차란게 처음 탈 때는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뭔가 하나 둘 씩 나사가 풀리기 시작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나사가 풀리는게 타이어입니다. 자동차를 20년 탄다고 가정하면 타이어는 4년에 한 번은 바꿔줘야 합니다.

 

[Figure 1. 제일 먼저 닳아없어지는 부품]

 

이렇게 부품 별로 내용연수가 다를 경우, 각 부품마다 감가상각을 따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를 부분상각이라고 합니다.

 

위의 예시를 다시 활용하여, 우리가 204원짜리 자동차를(그런게 있다면...) 산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타이어를 제외한 자동차의 가격은 200원이며, 타이어는 앞뒤 좌우 한 개당 1원씩 해서 4원입니다. 이 자산 집합체는 각각 다른 내용연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20년, 타이어는 4년입니다. 우리가 직선상각법을 사용했을 때, 첫 해의 감가상각비는 아래와 같습니다.

 

  • 자동차: KRW 200 / 20 years = KRW 10 / year
  • 타이어: KRW 4 / 4 years = KRW 1 / year

하나만 더 첨언 드리자면...타이어를 교체하실 때는 온라인으로 타이어를 주문하는게 제일 쌉니다. 주문한 타이어를 집 근처 정비소로 배달시키고 도착 문자가 오면 슬슬 가서 교체하면 됩니다. 저처럼 호구잡히는 사람들이 없길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자동차를 가지고 계신가요? 필자는 첫 직장을 어디 두메산골 오지로 구했습니다. 전화로 콜택시를 불러도 택시 기사님들이 주소만 듣고 전화를 끊는 수준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첫 차를 샀는데요, 잔금을 치루면서 인생 첫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쓰기 전 제 차의 현재 가격을 보면서 두 번째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Figure 1. 일상에서의 감가상각]

 

감가상각

 

이렇게 자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가 감소합니다. 기업 역시 보유하고 있는 자산들이 낡아감에 따라 가치가 감소하는 것을 장부에 반영해야하는데, 이것을 바로 감가상각(Depreciation)이라고 합니다. 

 

감가상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념이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는 취득원가(Historical Cost)입니다. 바로 자산을 사온 가격인데요, 해당 자산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지출한 거의 모든 금액이 포함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존 포스트(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37)를 참고 부탁 드립니다.

 

그 다음은 장부가액(Carrying Value)입니다. 장부가액은 회사의 장부에 해당 자산이 얼마로 기록되어있는지를 뜻합니다. 자산을 사온 첫 해는 장부가액과 취득원가가 동일하지만, 매년 감가상각이 일어나는만큼 그 다음해부터는 장부가액이 감가된만큼 취득원가보다 싸집니다.

 

마지막으로는 장부가액이 실제 가치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자산은 매년 재평가를 해서 감가상각되는 금액을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재평가를 하긴 하지만, 이는 추후 별도의 포스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감가상각은 기업이 고정자산을 회계처리할 때 설정한 감가상각 방법에 따라 진행됩니다.

 

감가상각 방법

 

  1. 직선상각법, 정액법(Straight-Line Depreciation)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말 그대로 자산의 가치가 매년 같은 가격만큼 하락한다고 가정합니다. 쉽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Figure 2. 직선상각법]

 

잔존가액은 감가상각이 모두 완료된 후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 가정한 금액입니다. 취득원가에서 매년 감가상각이 진행되어 잔존가액에 도달하면 감가상각이 완료됩니다.

 

  2. 가속상각법, 정률법(Accelerated Depreciation)

 

당연한 말이지만 자산 가치가 그렇게 일률적으로 감소하지 않습니다. 글 도입부에서 언급드린 자동차가 좋은 예시입니다. 우리가 흔히들 말하기로 신차는 차키를 넘겨받는 순간 10%가 감소한다고 합니다. 혹은 영화나 드라마를 볼까요? 넷플릭스에서 몇 년 전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했습니다. 대단한 호평을 받았던 드라마로 기억합니다만, 지금 다시 오징어게임을 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드라마가 처음 방영됐을 때만큼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Figure 3. 감가상각의 예시]

 

그리고 5년 뒤라면 어떻게 될까요? 매우 충성적인 팬들이야 고정적으로 보겠지만, 더 이상 회자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체감적인 감소폭을 반영하기 위해 가속상각법을 사용합니다. 첫 해에는 큰 폭으로 감소하지만, 그 다음 해부터는 감소 폭을 서서히 줄여나갑니다.

 

이런 가속상각법의 대표적인 예시는 이중체감법(Double-Declining Balance, DDB)입니다.

 

[Figure 4. 이중체감법]

 

위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시피 잔존가액이 공식에 들어가있지는 않지만, 장부가치가 잔존가액에 도달하는 순간 감가상각이 완료되었다 가정합니다. 가속상각법과 직선상각법의 비교는 아래 표와 그림과 같습니다.

 

[Figure 5. 직선상각법과 가속상각법의 비교]

 

이중체감법이 별로 감이 와닿지 않죠? 식이 쓸데없이 복잡합니다. 가속상각법은 다른 말로는 정률법이라고 합니다. 매년 같은 비율만큼 감소한다는 뜻입니다. 식을 아래 표에서 오른쪽과 같이 이해하면 쉽습니다.

 

[Figure 6. 이중체감법을 쉽게 알아보자]

 

  3. 생산고비례법(Units-of-Production Method)

 

주로 광산 등 채굴 기업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광산이나 유/가스전의 매장량을 예측하고 얼마나 퍼냈는지를 기준으로 감가상각을 계산합니다.

 

[Figure 6. 생산고비례법]

 

[Figure 7. 매장량이 확실]

 

결론

 

이번 포스트를 통해 감가상각이 무엇인지, 그리고 감가상각을 어떻게 계산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감가상각의 추가적인 정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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