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기존 포스팅을 통해 회사가 언제 망하는지에 대해 설명드린적이 있습니다. 

 

이건 독자분들께만 알려드리는 팁인데, 회사는 돈 못번다고 죽는게 아닙니다. 주가가 빠진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신입사원들이 앵무새마냥 외치듯이 경영이 개판이라 망하는 것도 아닙니다.
 
회사는 빚 못갚으면 망합니다.
 
회사가 이자나 원금을 제 때 못내면 채권자들이 줄지어 들어와 회사 전체에 빨간 딱지를 붙이고, 회사를 어딘가에 팔거나 경매에 넘겨 원금과 이자를 받아갑니다. 이 때만큼은 그룹의 태양이신 회장님도 한낮 빚쟁이일 뿐입니다.

- 망한다고? 올해는 아니야(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18) -

 

당시에는 간단히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만으로 파산 가능성을 유추하는 것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파산 이유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현금흐름에 대해서 논하고자 합니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발명품 중의 하나는 바로 현금입니다. 필자는 빳빳한 5만원권 지폐를 싫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본 적 있으시다고요? 그건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모두가 사랑하기 때문에 모두가 현금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주식, 채권, 코인 지갑, 부동산 등기 서류 등 어떤 유가증권이라도 현금을 이길 수 없습니다. 당장 삼성전자 주식을 한 주 종이로 인출해 집 앞 치킨집에 가져가 오늘 종가만큼의 치킨을 달라고 하시고 치킨집 사장의 반응을 보시면 제 말이 옳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Figure 1. Everyone's Favorite]

 

이렇게 현금이 각 나라의 유일한(할인 없는) 거래 수단이기 때문에, 이 현금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파산여부가 갈립니다. 당장 내가 납품한 생닭의 대금을 받아야하는데, 치킨집에 현금이 없으면 치킨집 간판이라도 떼오겠죠? 따라서 이렇게 중요한 현금흐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제무재표에 별도로 현금흐름표를 작성합니다.

 

현금흐름표의 개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현금흐름에 대한 정보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채권자나 투자자 모두 기업이 어떤 목적으로 현금을 쓰고 받았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할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금을 아래 세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하여 표기합니다.

 

  • 영업활동 현금흐름(Cash Flow from Operating Activities, CFO): 회사의 순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거래에서 발생
  • 투자활동 현금흐름(Cash Flow from Investing Activities, CFI): 장기 자산의 매매와 투자에서 발생
  • 재무활동 현금흐름(Cash Flow from Financial Activities, CFF): 회사의 자본 구조 변경에서 발생

 

이렇게만 쓰면 영 시원찮죠? 따라서 어떤 종류의 현금이 어느 카테고리에 분류되는지 아래 표로 바꾸었습니다.

 

[Figure 2. Cash Flow Statements Categories]


이게 사실 별로 직관적이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채권이나 주식을 사는데 드는 돈은 투자활동으로 나가는데 그 이자나 배당은 영업활동으로 들어가는 식이거든요. 돈의 출처가 중요한게 아니라, 이게 회사에서 어떤 활동으로 인식되는지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그나마 좀 맞아들어갑니다.

 

또한 재무와 투자가 많이 헷갈릴 수 있는데, 남들한테 빌려주면 투자, 남들한테서 빌려오면 재무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자와 배당을 받는 것은 모두 영업활동인데 이자를 내는 것는 회사의 순수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영업활동으로, 배당을 주는 것은 순수익이 확정되고 나눠주기 때문에 재무활동입니다.

 

현금흐름표의 예시

 

아래는 예시를 위해 항상 애용하는 삼성전자의 2022년 반기 보고서에서 현금흐름표를 발췌했습니다. 위에서 보신 표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Figure 3. Samsung Electronics' 2022 2nd Quarter Cash Flow Statement]

 

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상장사가 저렇게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지 않는데, 자율을 인정하지 않는 U.S. GAAP과는 달리 IFRS는 어느정도 자율을 인정해주기 때문입니다.

 

  1. 이자와 배당

 

U.S. GAAP을 따르면 위 표대로 이자와 배당을 받는 것은 영업활동, 이자를 내는 것은 영업활동, 배당은 재무활동으로 분류되고 예외란 없습니다. 하지만 IFRS는 여기서 자율을 인정해줍니다. 이자와 배당을 받는 것을 영업활동이나 투자활동 둘 중에 하나로 분류할 수 있도록 허락해줍니다. 또한 이자와 배당을 주는 것을 영업활동이나 재무활동 둘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2. 세금

 

법인세 또한 회계기준에 의해 갈립니다. U.S. GAAP에 따르면 어떤 방법으로 번 돈에 대한 세금이든간에 모든 법인세는 영업활동으로 분류됩니다. 어차피 영리활동을 하면서 얻은 돈에 대한 세금이니 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IFRS는 투자활동이나 재무활동으로 인해서 번 돈이면 해당 돈에 대한 법인세는 투자활동이나 재무활동에 기입할 수 있도록 허락해줍니다.

 

현금흐름표의 한계

 

그러면 이 현금흐름표로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물론 현금흐름표가 매우 중요한 정보이긴 하나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비현금성 투자나 재무활동을 놓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아래 두 경우가 있습니다.

 

  1. 판매자한테서 돈 빌려서 구매

 

근 몇년간 부동산이 미쳐날뛰다보니, 별별 특이한 거래가 다 나옵니다. 혹시 이런 기사를 보셨나요?

 

https://www.hankyung.com/realestate/article/202108131488e

 

"현금 부족해 집주인·중개사에 돈 빌려 아파트 샀어요"

"현금 부족해 집주인·중개사에 돈 빌려 아파트 샀어요", 부동산 규제로 대출 막히면서… 중개업소·매도자에 돈빌리는 매수자들 이율 높지만 부족한 돈 메울 시간 벌수 있어 중개업소 "중저가

www.hankyung.com

 

매수인이 돈이 없을 경우 매도인으로부터 돈을 빌려서 집을 산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가 기업 세상에서도 발생하는데요, 이런 경우 분명히 (1) 돈을 빌려(재무활동) (2) 자산을 샀지만(투자활동), 발생한 현금흐름은 없기 때문에 현금흐름표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2. 상계

 

위의 뉴스대로 매도인에게 돈을 빌려 집을 산 매수인. 최근 집값 하락으로 인해 집값이 대출금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둘은 합의 하에 기존 매수인의 집과 부채를 상계시킬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부채와 자본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현금흐름이 없기 때문에 현금흐름표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우, 해당 거래로부터 발생한 현금은 재무제표 주석에 별도로 표기됩니다.

 

[Figure 4. Noncash Investing and Financing Activ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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