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회계는 기본적으로 발생주의(Accrual Basis)를 따라갑니다. 발생주의란, 매출이든 비용이든 발생하고 인식한 그 날을 기준으로 회계 기준이 맞춰진다는 뜻입니다.

 

말이 너무 어렵죠? 발생주의의 반대인 현금주의(Cash Basis)와 비교하면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가계부 쓰시나요? 많은 분들이 매일, 혹은 매달 가정에서 쓴 돈을 결산하며 가계부를 작성하는데요, 가계부는 대표적인 현금주의 회계입니다.

 

[Figure 1. Household Accounting]

가정에서 작성하는 회계인 가계부가 현금주의를 따라가는 가장 큰 이유는 현금주의가 간편하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사실 가계 단위에서는 현금주의를 따라가나 발생주의를 따라가나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요새 KFC에서 치킨 먹으면서 외상 다시는 분들 거의 없잖아요? 우리는 살면서 월급날 바로 월급을 받고, 치킨을 사면서 바로 돈을 내고, 당근마켓에 안입는 옷을 팔면서 바로 돈을 받습니다. 이런 경우 현금 흐름이 제깍제깍 일어나면서 매출과 비용을 인식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정에서조차 모든 일이 그런 것은 아니죠. 대표적으로 신용카드를 볼까요? 우리가 치킨을 사면서 신용카드를 사용했을 시, 우리는 돈이 바로 나갔다고 인식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그 치킨에 대해 돈 한 푼 내지 않습니다. 그 돈은 신용카드를 발부한 카드회사가 대신 지급하죠. 그리고 월말이 되었을 때, 카드회사는 그 한달간 대신 내줬던 돈을 여러분의 은행 계좌에서 수거해갑니다.

 

[Figure 2. Shylock in 21th Century]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진 날과 현금이 오가는 날이 일치하지 않으며, 따라서 거래가 이루어진 날을 기준으로 회계를 잡는 것을 발생주의 회계라고 칭합니다. 만약 현금주의를 따른다면 회사의 거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정확하게 추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금의 흐름 또한 매우 중요하지만, 이는 손익계산서가 아닌 현금흐름표에 기재됩니다.

 

그렇다면 거래가 이루어진 날 전이나 후에 들어오고 나가는 돈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매출 인식 전 들어온 돈은 선수수익(Unearned Revenue), 부채로 인식하고 매출 인식 후 들어온 돈은 매출채권(Account Receivable)로 인식합니다.

 

[Figure 3. Recognition of Cash Flow before/after Revenue]

마찬가지로 비용 인식 전 들어온 돈은 선급비용(Prepaid Expense), 자산으로 인식하고 비용 인식 후 들어온 돈은 미지급비용(Accrued Liability), 부채로 인식합니다.

 

[Figure 4. Recogniation of Cash Flow before/after Expense]

왜 부채와 자산으로 인식할까요? 매출 포스트(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1?category=1064981)에서 다뤘듯이, 매출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필요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수행의무가 다해져야한다는 것이었죠. 수행의무가 다해지기 전, 즉 매출이 발생하기 전 받은 돈은 돈만 받고 아직 물건은 지급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회사는 물건을 전달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이는 회계 상 부채로 인식됩니다. 반대로 회사가 수행의무를 다해 물건을 건네주거나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돈을 받지 못했다면, 회사는 추후 그 대금을 받아야하고 이는 회계상 자산으로 인식됩니다.

 

비용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되지만, 그 방향은 반대입니다. 물건을 사면서 물건을 받기 전에 미리 돈을 냈으면 물건을 받을 권리가 있으니 이는 자산으로 인식되고,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아직 돈을 안냈으면 돈을 내야할 의무가 있으니 부채로 인식됩니다.

 

자, 오늘 배웠던 발생주의 회계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읽을 때 항상 숙지해야하는 내용입니다. 작게는 탄탄한 기본기이기도 하고, 크게는 이를 활용하여 회사의 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만일 회사가 매출이 발생했지만 돈을 못받는다면 재무상태표에 매출채권이 쌓이겠죠? 그리고 이 매출채권이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쌓이기 시작한다면? 높은 가능성으로 회사가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억지로라도 물건을 팔아넘기는 것일 수 있습니다.

 

다른 고오급 테크닉은 추후 포스트에서 더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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