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자산유동화증권의 개요

 

자산유동화증권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아래와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Figure 1. 건물주 건물주]

 

필자는 사실 건물주입니다(아님). 강남에 1000억짜리 오피스 빌딩을 보유하고 있는데요(아님), 이 건물에서는 매년 임대료로 50억이 나옵니다. 일종의 연수익률 5%짜리 투자 수단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외에는 소득이나 모아놓은 현금은 없는 상태에서 당장 900억이 필요한 상황이 옵니다. 이 때 필자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요?

 

(1) 오피스 빌딩을 판다.

(2) 오피스 빌딩을 담보로 돈을 빌린다.

(3) 임대료로 900억이 모일 때까지 18년을 기다린다.

 

(1)번의 경우 건물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군이기도 하고 워낙 거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바로 1000억에 팔 수 없습니다. 빠르게 매도하기 위해서는 할인률을 높혀서 싸게 팔아야하는데, 요즘같은 부동산 하락기에서는 괜히 시세만 낮추고 팔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건물을 상가 한 칸 한 칸별로 쪼개 팔 수도 있겠지만 투자자들이 임차인과 개별 계약을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번은 애초에 LTV 90%가 나오지 않고 마지막으로 (3)번은 정말 오래 기다려야겠죠....?

 

그렇다면 위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자산유동화증권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오피스 빌딩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잘게 쪼개고 증권으로 만들어서 파는 것입니다. 1000억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하지만 해당 권리를 1억개로 쪼개 1000원을 지불하면 매년 50원을 받을 수 있는 증권을 만들어 판다면 접근성, 즉 유동성이 확 좋아지겠죠? 그렇다면 급매 시 할인률도 크게 감소합니다.

 

II. 자산유동화증권의 장단점

 

증권화란 한 객체가 주담대, 매출채권, 부동산 등 수익성 있는 자산을 매입한 후 해당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유가증권을 만들어 발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설명하면 뭔가 와닿지 않을 것 같아 위와 같은 예시부터 시작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증권화 시 발행자가 얻을 수 있는 주요 장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기초 자산의 유동성이 개선됩니다.

(2) 기초 자산의 소유주의 신용과는 별개로 기초 자산의 신용도를 기준으로 할인률이 산정됩니다.

(3) 증권화를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자기 자산만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보다 더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자산유동화증권을 매수하는 투자자들 역시 이득을 봅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투자자들이 주택담보대출에 투자하고 싶다면 해당 은행에 돈을 맡기고 예금 금리를 받아가든가, 은행 주식을 사던가, 혹은 개별 대출건을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예금 금리는 너무 낮고, 은행 주식은 주담대만이 아닌 은행 전체의 성과에 좌우되며, 개별 대출건은 비시스템적 리스크를 해소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단점이 자산유동화증권으로 해소될 수 있습니다.

 

(1) 거래비용의 감소로 인해 수익률이 증가합니다.

(2) 은행 전체의 성과가 아닌, 내가 원하는 주담대에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3) 개별 대출이 아닌 전체 대출 pool의 지분을 가져감으로써 비시스템적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III. 자산유동화증권의 구조와 절차

 

자산유동화증권은 특수목적기구(Special Purpose Vehicle, SPV)를 만들면서 시작됩니다.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인데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세회피용이 아닌 해당 증권화만을 위해 존재하는 객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페이퍼 컴퍼니에서 기초자산을 증권으로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합니다.

 

[Figure 2. 자산유동화증권의 구조]

 

이렇게 기초자산이 증권의 형태로 기존 소유자로부터 투자자로 넘어갑니다. 해당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이제 투자자의 것입니다. 하지만 SPV가 페이퍼 컴퍼니라면 업무는 누가 할까요? 누군가는 빌딩을 청소하고, 임차인들에게 월세를 재촉하고, 그 월세를 투자자들에게 지분에 따라 나누어줘야합니다. 따라서 SPV에서 두 가지 외주를 줍니다.

 

첫 번째는 자산관리자입니다. 자산 관리자는 해당 자산을 관리하는 일을 담당하는데요, 위에 보신 것과 같이 빌딩을 청소하고 수리하며 임차인들에게 월세 재촉 문자를 보냅니다. 주로 해당 기초자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기존 소유자가 맡습니다. 두 번째는 수탁기관인데요, 기초자산의 실물을 보관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지분에 따라 배분하는 업무를 맡습니다.

 

오늘은 자산유동화증권(ABS)의 개요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트를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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