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포스팅(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9)을 통해 비용의 전반적인 내용을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재고자산에 대한 내용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회계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수익과 비용의 대응원칙(Matching Principle)입니다. 따라서 기업이 제품을 팔았을 때 받은 대금 중 얼마만큼이 원가 비용으로 처리할지를 고민해야합니다. 기본적인 원칙은 바로 기업이 들고있는 재고 중, 어떤 재고가 나갔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1. 개별법(Specific Identification)

 

만약 회사가 구매 후 남아있는 재고와 판매된 상품을 완벽하게 인식할 수 있다면 개별법을 사용합니다. 내가 1월에 무엇을 샀고, 2월에 무엇을 팔았고, 3월에 다시 무엇을 샀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 방법은 동일한 농산품이나 공산품보다는 개별 자산 판매에 적합합니다. 예를 들어서 중고차 딜러가 다루는 중고차들은 동일한 품목이 아닙니다. 같은 연식의 같은 모델이라도 누가 어떻게 탔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죠. 따라서 딜러는 어떤 차가 들어왔고 어떤 차가 판매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보유해야하며, 이와 같이 자동차, 조선소 등의 회사에 적합한 방법이 개별법입니다.

 

[Figure 2. Car Sales]

 

반대로 쌀을 파는 농부나 볼트와 너트를 파는 철공소를 생각해볼까요? 하나의 논에 한 종류의 씨를 뿌려서 수확한 벼들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 포대나 저 포대나 그게 그거란 말이죠. 이런 경우, 개별법을 사용하는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당장 농부도 트렉터가 수확하던 날 10시 20분에 수확한 벼와 10시 25분에 수확한 벼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 아래와 같이 선출선입,  후입선출, 또는 가중평균비용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1. 선출선입(First In, First Out, FIFO)

 

가장 직관적인 방법입니다. 먼저 들어온 재고가 먼저 나간다고 가정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음식 등 장기 보관이 어려운 제품을 파는 기업들에게 유용합니다. 치킨집에서 직원들이 열심히 닭을 튀겨도 하루가 지나면 모두 폐기처분해야하니, 손님이 치킨을 주문할 때마다 튀긴지 가장 오래된 치킨을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2. 후출선입(Last In, First Out, LIFO)

 

아마 한국 시장에만 투자하시는 독자분들께서는 근 10년간 거의 보지 못한 내용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 IFRS)에 따라 국내 상장사들은 LIFO를 사용하지 않기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 회계 기준(U.S. 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 US GAAP)에서는 여전히 LIFO를 제한적이나마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회계 방식에 따르면 가장 나중에 들어온 재고자산을 가장 먼저 판매합니다. 종이컵을 판매한다면, 종이컵을 위로 쭉 쌓아올리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가장 위에 있는 종이컵부터 판매하는 식입니다. 주로 석탄이나 석유 등 장기 보관 용이한 원자재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이러한 회계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이 LIFO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많은 기업들, 특히 비상장기업들이 해당 회계 방식을 선호하는데, 바로 장부 상 반영되는 수익을 낮춰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포스팅(https://babbling-mewling-spawn.tistory.com/9)에서 사용했던 식을 하나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순서에 따라 법인세 절감의 마법이 시작됩니다.

 

    (1) 법인세는 회사의 장부 상 수익에 비례한다.

    (2) 수익은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제함으로 계산된다.

    (3) 따라서 매출원가를 늘릴수록 수익은 줄어들고, 그에 비례해 법인세도 낮아진다.

 

여기서 법인세를 덜 내기 위한 회사의 눈물겨운 몸부림이 시작됩니다. 일반적으로 물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싸집니다. 이는 기업이 구매하는 원자재도 예외가 아니며, 디플레이션 같은 예외적인 현상을 제외하면 10년 전 구매한 재고가 1년 전 구매한 재고보다 더 쌉니다. 이 때, 가장 최근에 비싸게 구매한 원자재를 가장 먼저 매출로 처리하는 LIFO의 재고에는 오래 전, 싸게 구매한 원자재들만 남게 됩니다. 이는 기말 재고자산의 규모를 축소시키며, 순차적으로 매출원가를 늘려 장부 상 수익을 감소시킵니다.

 

한 10년 전 쯤, IFRS 규정이 변화되고 LIFO가 한국 상장사에서 퇴출되었는데요, 그 때 기사를 하나 가져오겠습니다.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10032935091

 

정유업계 'IFRS發 어닝 서프라이즈' 온다

정유업계 'IFRS發 어닝 서프라이즈' 온다, 재고 평가법 바뀌며 이익급증 효과 GS칼텍스 작년 순익 50% 더 늘어 SK에너지·에쓰오일도 내년 도입

www.hankyung.com

 

 

넵, 위에 말씀드린 내용과 같이 기존 LIFO를 사용하던 한국 정유사들이 LIFO를 폐기하면서 장부 상 수익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법인세 또한 크게 늘었다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회계 방식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장기적인 기업 실적을 검토하였을 때, 사실 바뀐 것이라고는 회계 방식밖에 없지만 회사가 대단한 변화를 이루어낸 것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회사 실적을 검토하실 때 이러한 회계 방식을 꼭 눈여겨 보시길 바랍니다.

 

    3. 가중평균법(Weighted Average Cost)

 

이 방식에서는 어떠한 재고가 먼저 나가는지에 대한 아무런 가정이 없습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고의 평균값을 구한 후 이를 모든 판매된 제품에 적용합니다.

 

가장 편리하기 때문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회계 방식입니다. 당장 21년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볼까요?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20308000798 

 

삼성전자/사업보고서/2022.03.08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dart.fss.or.kr

이렇게 쉬운 방법을 두고 왜 위의 복잡한 방법을 사용했을까요? 수익과 비용의 대응원칙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 전까지 기술의 발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기술이 많이 좋아져서 재고자산을 실시간으로 트래킹할 수 있지만, 회계라는 학문이 만들어지는 시기에는 자동 트레킹 시스템이나 컴퓨터가 없었습니다. 기말 재고자산과 기초 재고자산의 차이만을 가지고 회계 장부를 작성하다보니 위와 같은 가정이 필요해졌던 것입니다.

 

이렇게 같은 실적이지만, 어떠한 회계 방식을 택하냐에 따라 손익계산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독자 여러분들께서는 회사 실적을 검토하실 때 해당 부분을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혹은 회사 운영자이시라면, 해당 부분을 최대한 잘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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