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시장, 특히 주식 시장은 대표적인 레드오션입니다. 은행, 증권사, 펀드 등의 기관에 매 년 수많은 똑똑하고 고도로 훈련받은 전문가들이 유입됩니다. 유수의 대학 및 경영대학원에서 교육받은 이 전문가들은 전부 다 강력한 인센티브 조건으로 인해 동기부여까지 충분한 워커홀릭들입니다. 거기에 전 세계적으로 천만 단위의 개인 투자자들이 자기만의 쌈짓돈과 전략을 들고 게임에 참여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사람들을 상대로 이익을 낼 수 있을까요?

 

1. 지수추종펀드

 

한 가지 방법은 "초과 이익을 못낸다"라고 간결하게 결정하는 것입니다. 사실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할 내용이 많습니다. 아래는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 자격인 투자운용자격사와 Chartered Financial Analyst(CFA)의 시험 범위입니다.

 

[Figure 1. 투자를 위해 공부해야하는 범위]

 

회계, 법규, 경제, 경영...아무래도 개인이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면서 따로 공부하기에는 시간과 자원이 아깝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대안은 초과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시장 수익률만을 얻어가는 것입니다. 이게 생각보다 좋은 선택입니다. 저렇게 공부한 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 펀드 중에 90%는 시장 수익률도 못따라가거든요.

 

[Figure 2. SPIVA]

 

위 그림은 SPIVA(S&P Indices vs. Active Funds)*에서 가져왔습니다. 근 15년간 미국의 대형주 액티브 펀드 중 89.38%는 시장 수익률을 하회하는 결과를 냈습니다. 그렇다고 소형주는 잘했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아래 출처에 들어가셔서 펀드별 수익률을 보신다면 거의 비슷한 수준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식 공부한다고 시간을 때려박느니 단순하게 지수 추종 펀드를 사서 쭉 들고 있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취미로든, 혹은 시장을 이겨보겠다는 결심을 가지신 분들이 계시다면 아래와 같은 경쟁 우위가 필요합니다.

 

2. 경쟁우위

 

빌 밀러라는 유명한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레그 메이슨의 펀드매니저로 15년간 16.4%라는 연평균수익률 기록한 대단한 사람인데요, 이 할아버지가 주장한 투자자로써의 경쟁우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Figure 3. 빌 밀러]

 

1. 정보 우위

 

"나랑 친한 형이 xx사에서 일하는데 이건 확실한 소식이래." 살면서 한 번쯤은 듣게 되는 찌라시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실제로 있었을 우위입니다. 더 빠른 파발과 전서구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내부자 거래에 관한 제재도 없었거든요.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의 특정 은행이 워털루 전투의 결말을 남들보다 더 빨리 알아서 큰 이득을 봤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옵니다.

 

하지만 최첨단을 달리는 21세기에는 아무래도 취득하기 어려운 우위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컨퍼런스 콜을 들을 수도 있고 AI들이 공시가 나오자마자 바로 기사 형태로 변형시켜서 지면에 올리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이유는 많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443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74조제1항을 위반하여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중요정보를 특정증권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한 자

2. 제174조제2항을 위반하여 주식등에 대한 공개매수의 실시 또는 중지에 관한 미공개정보를 그 주식등과 관련된 특정증권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한 자

3. 제174조제3항을 위반하여 주식등의 대량취득·처분의 실시 또는 중지에 관한 미공개정보를 그 주식등과 관련된 특정증권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한 자

 

바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3조 입니다! 내부 정보를 활용해서 유가증권을 거래하다간 감옥에 갈 수도 있습니다. 사실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별로 잡고 싶은 생각이 없는거 같긴 한데...여튼 원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고빈도 거래(High Frequency Trading, HFT)에서는 아직도 남들보다 빨리 정보를 접하고 주문을 넣는 것을 목표로 삼긴 하는데, 거기는 0.004초를 단축시키기 위해 2억 달러를 써서 산을 깎는 시장입니다.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과는 좀 거리가 있을거 같네요...

 

2. 분석 우위

 

제 배우자는 취미로 빵을 굽는데, 사실 맛이 영 시원찮습니다. 하지만 같은 재료를 김영모 명장 앞에 내어준다면 훨씬 맛있는 빵을 구워낼 것입니다. 이렇게 같은 정보를 가진다고 모두가 같은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주로 여기서 투자자들의 우위가 갈립니다.

 

분석을 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크게는 거래량과 시세를 보는 기술적 분석, 회사의 성장성/수익성/안정성을 보는 기본적 분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세부적으로는 개별 회사를 보는 bottom-up 분석, 산업 분야부터 보는 top-down 등이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를 보는 관점도 다양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고든의 영구성장모델부터 시작하여 현금흐름할인법(Discounted Cash Flow, DCF), EV(Enterprise Value), 잔여이익모델(Residual Income Model, RIM), PER/PBR multiple 등 기업의 분야 등에 따라 사용하는 가치 평가 모델도 바뀝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이나 다다음 시리즈에서 더 자세하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분석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확실한 점은 그 어떤 분석 기법이나 투자 전략도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없습니다. 시장 환경이 변하는 것도 한가지 원인이겠지만 해당 전략이 잘나가면 모두가 그 방법을 따라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우위를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전설적인 투자자로 기억되는 사람들도 모두 단기간에는 손실을 보거나 시장을 하회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율적인 방법을 장기간 고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장을 상회하는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아래에서 설명할 심리적 우위에 해당합니다.

 

3. 심리 우위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

 

아마 싸게 사서 비싸게 팔라는 정도의 당연한 말이지만, 개인 투자자가 기관 투자자들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아마 이 분야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이런 심리적인 요인은 교육과 경험으로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과열되어 모두가 말도 안되는 가격에 증권을 사겠다고 외칠 때 팔고, 시장이 침체되어 모두가 말도 안되는 가격에 증권을 내다던질 때 이를 주울 수 있는 심리가 필요합니다.

 

또한 발견법, 또는 휴리스틱을 이겨내야합니다. 진화는 기본적으로 만 년 단위에서 진행됩니다. 이에 비해 현대 사회는 너무나도 빠르게 발전했죠. 따라서 우리는 아직도 뱀을 보고 도망가거나 토끼한테 짱돌을 던지는데 적합한 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시는 군중 심리와 소유효과가 있습니다. 2021년 집값이 절정에 달했을 때 군중 심리로 인해 영끌로 집을 샀다거나 기업의 가치가 훼손됐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손절하지 못하고 들고 있는 행위가 이러한 휴리스틱의 결과입니다. 이것도 추후에 별도의 시리즈로 다루고자 합니다.

 

3. 결론

 

장기간에 걸쳐 주식보다 수익률이 좋은 자산군은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모두가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주변에서는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보다 돈을 잃은 사람들이 더 많이 보입니다. 따라서 주식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확고한 원칙을 따라야 합니다.

 

[Figure 4. 자산군별 수익률과 리스크]

 

첫 번째는 시장 수익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추구하는지의 여부입니다. 주식 공부에 시간을 배분하느니 시장 수익률만을 따라가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전문가들의 대다수는 시장 수익률도 따라가지 못합니다. 지수추종펀드를 사는 것만으로 액티브 펀드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를 앞서나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시장 수익을 초과하고자 하자면 죽어라 공부해야합니다. 기본적인 회계 지식이 있어야 이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재무제표를 읽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제와 경영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이 회사의 미래 수익을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통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정보를 수집하여 가공하여 기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회사가 정보를 공시하는 간격인 분기마다 반복해야합니다. 하지만 장담컨데 이러한 노력이면 어떤 자산군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럼 모두 성투하시고 부자되시길 바랍니다.

 

[출처]

 

* SPIVA: https://www.spglobal.com/spdji/en/research-insights/spiva/

 

SPIVA | S&P Dow Jones Indices

Get the latest SPIVA Scorecard results for markets around the world.

www.spglobal.com

** Historical Returns by Asset Classes https://www.visualcapitalist.com/historical-returns-by-asset-class/

 

Ranking Asset Classes by Historical Returns (1985-2020)

What are the best-performing investments in 2020, and how do previous years compare? This graphic shows historical returns by asset class.

www.visualcapitalist.com

 

최근 친구들과 함께 부부동반 모임을 가진 적 있습니다. 분명히 사교모임이었지만 다들 먹여살릴 입이 있는 사람들이라 어쩔 수 없이 투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선 투자 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등장했습니다. 주식과 부동산 중 어느 쪽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요?

 

1. 가정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자산군별 수익률과 리스크를 알아야합니다. 먼저 수익률부터 정의해보겠습니다. 사실 주식의 경우 수익률 계산은 쉽습니다. 자산 가격 상승분에다 배당을 더하면 바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주식의 수익률은 매년 배당금을 재투자했다고 가정하고 계산했습니다. 이에 비해 부동산은 정의가 살짝 까다롭습니다. "실거주"의 가치는 사람이 설정하기 나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 하나하나의 가치관을 따질 수는 없으니 시장에서 형성된 "실거주"의 가격, 즉 (1) 월세와 (2) 전세금 이자 기준으로 설정했습니다.

 

또한 부동산은 하나하나의 가격이 큰 편이라  주식과 달리 다달이 나오는 월세와 전세금 이자를 바로 재투자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부동산의 중위가격 산출이 2008년부터 시작되어 언제 재투자 가능한지를 모른다는 점, 전월세 전환율이 2016년부터 산출되어 자료가 부족한 관계로 전세금 이자만큼을 바로 다시 부동산 시장에 재투자한다고 가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주식과 부동산, 혹은 지수가 대표성이 있는지를 정해야합니다. 주식은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KOSPI를, 부동산은 가장 유동성이 좋아 가격과 가치가 가장 근접하리라 생각되는 아파트를 사용했습니다. 땅이나 전원주택은 정말 뜬금없이 거래되기도 하거든요....

 

2. 자료

2.1. 부동산

 

부동산 자료는 KB부동산 데이터허브를 사용했습니다. 다만 전월세 전환율 자료가 2016년부터 시작되어 월세는 구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전세가의 이자를 구하는 식으로 계산했습니다. 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https://data.kbland.kr/kbstats/wmh?tIdx=HT01&tsIdx=monthAptSalePriceInx 

 

[KB부동산 데이터허브]

KB가 만든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

data.kbland.kr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https://data.kbland.kr/kbstats/wmh?tIdx=HT03&tsIdx=aptSaleVsRentRatio 

 

[KB부동산 데이터허브]

KB가 만든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

data.kbland.kr

 

2.2. 주식

 

주식의 경우 KOSPI 추종 인덱스 설계했다고 가정하고 KOSPI와 배당수익률을 사용했습니다. 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코스피 지수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343&tblId=DT_343_2010_S0027&conn_path=I2 

 

KOSIS

 

kosis.kr

 

코스피 배당수익률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343&tblId=DT_343_2010_S0032 

 

KOSIS

 

kosis.kr

 

3. 결과

 

코스피의 경우 2001년부터 2021년까지 배당을 재투자했을 시 656에서 4139로 5.86배 증가했습니다. 연평균 수익률은 9.17%입니다. 이에 비해 부동산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전세금 이자를 재투자했다고 가정 시 100에서 370(전국), 450(서울), 491(강남)으로 각각 3.7배, 4.5배, 4.9배 증가했습니다. 연평균 수익률은 6.443%(전국), 7.42%(서울), 7.87%(강남 11개구) 입니다.

 

 

주식이 부동산에 비해 소폭 우위에 있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주식으로 대박난 사람보다는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번 사람 이야기를 더 많이 들으셨을텐데, 제가 생각하는 원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괜찮은 주식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재무제표를 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회계지식이 필요하고, 성장을 보기 위해서는 시장과 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에 비해 부동산은 매물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지, 수압은 괜찮게 나오는지, 교통편은 편리한지 등 실생활에서 얻는 지식을 통해 좋은 매물과 나쁜 매물을 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자산에 대해 따로 공부하지 않은 이상, 아니 사실 공부했어도 부동산이 주식보다 장기보유에 더 용이합니다. 거래 자체도 어렵고, 취득세 및 기타 부대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익이 확실하지 않은 이상 부동산을 쉽게 팔아버리지 않습니다. 부동산의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 또한 거래 빈도를 줄입니다. 이러한 심리적 원인이 장기보유로 인한 이득을 보게 도와줍니다.

 

(3) 마지막으로는 레버리지입니다.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금리도 제법 쎈 편이고 주식시장의 변동성으로 인해 차입금 비율을 크게 높히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제공되며, LTV 역시 최근 문정권의 몇 년을 제외하고는 70% 언저리라는 높은 비율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경우 적당한 환경에서는 낮은 자본금으로 큰 수익을 내기 적합합니다.

 

아래는 위와 같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제가 주식이나 채권 등의 자산군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1) 위 분석결과대로 자산군별 수익률은 주식이 부동산보다 우월합니다. 적당한 리스크를 감내한다면 초과수익률을 낼 수 있습니다.

 

(2) 부동산은 세금으로 인한 손실이 상당합니다. 매수 시 취득세, 보유 시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매도 시 양도세까지 국가가 지속적으로 소위 말하는 "삥"을 뜯어갑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수익률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금 문제는 아파트 가격이 충분히 올라서 매도해야할 때 정부가 "투기꾼"을 언급하며 특별히 더 거둬갑니다.

 

(3) 부동산은 거래 단위가 큰 편입니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중위값은 10억에 달합니다. 이러한 경우 자본이 수백억이 되지 않는 이상 포트폴리오 내 비중 조절이 어렵습니다. 해당 사항은 제가 나중에 큰 부자가 되면 변할 수도 있겠군요.

 

(4) 자산가격 상승 외 수익률을 끌어올리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정부에서 서민 보호를 위해 전세나 월세를 올리는 것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번 임대차 3법 등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주저리주저리 적어놓긴 했지만, 가장 좋은 투자법은 불안하지 않는 자산군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는 불안한 심리로는 시장의 변동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낮은 가격에 손해보며 자산을 팔아버리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행복하기 위해 투자하고 돈 버는 것인데 그 과정 자체가 불행하면 이게 참 모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성투하고 부자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그 유명한 장단기 금리차와 주가지수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만기별 채권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각 만기마다 시장 참여자들이 다 달라서 따로 논다는 분리시장 이론(Segmented Market Theory), 장기 채권의 가격은 단기 채권의 수익률을 평균내서 역산할 수 있다는 기대이론(Expectation Theory)등이 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도 유동성 프리미엄 이론(Liquidity Premium Theory)를 기반으로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유동성 프리미엄 이론은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보유기간 동안의 위험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한다는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대한민국 정부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때,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파산해서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노출됩니다.

 

[Figure 1. Daily News]

 

나라 망했다는 말을 30 + n 년째 듣고 있지만, 뭐 언젠가는 진짜 망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당장 내일 대한민국이 망한다라는 사실에 돈을 걸 바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아마 1년 후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멀쩡하게 잘 돌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10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요? 0.8대라는 전무후무한 출산률의 여파가 슬슬 다가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50년 뒤에는 또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빌려주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채권자가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에 대해 보상하기 위해 만기가 긴 채권에는 그만큼의 추가 이자가 붙고, 이를 유동성 프리미엄이라고 합니다.

 

이게 정상인 상태인데,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수익률 곡선(Yield Curve)라고 합니다.

 

[Figure 2. Yield Curve]

 

위에 보시다시피, 만기가 길어질수록 수익률, 즉 yield가 증가합니다. 하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이러한 곡선이 뒤집히는데요, 바로 사람들이 경기 침체를 예상할 때 입니다.

 

시장참여자들이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면 어떻게 행동할까요? 일반적으로 주식 등의 금융 자산은 경기 침체 시 매우 나쁜 성적을 냅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경기가 안좋으니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고, 악화된 수익률이 벨류에이션에 계산되어 가격이 하락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미리 주식을 팔고 그 돈으로 채권을 사서 하락에 대비해야합니다.

 

세상 만사가 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돈을 싸들고 제발 팔아달라고 쫓아다니는데 굳이 싸게 팔아줄 이유가 없겠죠? 따라서 채권의 금리는 낮아집니다. 푼돈만 이자로 줘도 채권이 잘 팔리거든요. 이렇게 장기 채권의 금리는 낮아지는데,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를 더 잘 따라가는 단기 채권의 금리는 장기 채권의 금리보다 훨씬 덜 떨어집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단기 채권의 경우 시장 참여자들에 의한 유동성 프리미엄이 얼마 안붙거든요.

 

또한, 은행 장사라는게 결국은 본인들이 단기채 금리로 돈을 빌려서 남들한테 장기채 금리로 빌려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장단기 금리차가 은행의 수익률이랑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습니다. 이렇게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든다면, 은행은 신규 대출을 내어주거나 기존 대출을 유지할 인센티브가 줄어듭니다. 따라서 정말 우량 채권들을 제외한 기타 채권들을 회수하고, 이는 시장에서의 유동성을 줄여 기업들이 신규 투자할 여력을 감소시킵니다.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이네요. 그리스 신화같지 않나요?

 

그렇다면 이론은 여기까지 하고, 실제로 맞아들어가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자료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구할 수 있습니다.

 

1. 미국 10년물 - 3개월물 금리차: https://fred.stlouisfed.org/series/T10Y3M

 

10-Year Treasury Constant Maturity Minus 3-Month Treasury Constant Maturity

Source: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Release: Interest Rate Spreads Units:  Percent, Not Seasonally Adjusted Frequency:  Daily Notes: Series is calculated as the spread between 10-Year Treasury Constant Maturity (BC_10YEAR) and 3-Month Treasury

fred.stlouisfed.org

 

2. 미국 10년물 - 2년물 금리차: https://fred.stlouisfed.org/series/T10Y2Y

 

10-Year Treasury Constant Maturity Minus 2-Year Treasury Constant Maturity

Source: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Release: Interest Rate Spreads Units:  Percent, Not Seasonally Adjusted Frequency:  Daily Notes: Starting with the update on June 21, 2019, the Treasury bond data used in calculating interest rate spreads is

fred.stlouisfed.org

 

3. KOSPI, KOSDAQ 추이: http://data.krx.co.kr/contents/MDC/MAIN/main/index.cmd

 

KRX 정보데이터시스템

증권·파생상품의 시장정보(Marketdata), 공매도정보, 투자분석정보(SMILE) 등 한국거래소의 정보데이터를 통합하여 제공 서비스

data.krx.co.kr

 

위 자료들을 모두 긁어모아 하나의 그래프로 만들었습니다.

 

[Figure 3. Correlation between Interest Rate Difference and Stock Performance]

 

보시다시피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었을 경우, 약간의 시차를 두고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IMF, 닷컴 버블, 리먼 사태, 그리고 COVID-19 모두 동일합니다.

 

이제 우리는 주식시장의 하락 시점을 잡아낼 수 있으니, 돈 벌 일만 남았겠죠? 하지만 제가 알고 설명드릴 정도의 내용이면, 사실상 전세계 인구의 절반은 이미 알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적어도 시장 참여자들 중에는요. 그렇다면 왜 다들 손실을 보냐, 바로 그 시점을 정확하게 잡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위 그래프를 보시면 주가가 빠지는 시점은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 순간일 수도 있고, 역전 후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 후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08년도의 리먼 사태의 경우,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 이후로도 주가는 1년간 계속 상승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07년도 역전 시 주식을 미리 다 팔았더라면, 높은 가능성으로 1년 후 폭락 직전의 꼭지에서 재진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침 이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07월 25일에도 장단기 금리차가 매우 좁아져, 10년물 - 3개월물은 0에 수렴하고 있으며 10년물 - 2년물은 이미 역전되었습니다. 과연 현재의 하락은 타이밍이 좀 일찍 온 장단기 금리차 역전의 결과일지, 아니면 추가로 더 큰 하락이 올지, 1년 뒤의 포스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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