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

CFA 합격 후기(1): 열정 넘치는 입문

비비디!!바비디!!부!! 2025. 5. 14. 20:55

※주의: CFA 시험 범위는 매번 바뀌고, 특히 '25년부터 lv. 3은 여러 트랙으로 갈라집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CFA 홈페이지나 학원에 확인 바랍니다.

 

기존 포스트에서도 썼지만 필자는 공과대학 출신입니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군대가 너무너무너무 가기 싫었던 필자는 전문연구요원으로 현역 입대 좀 피해보려고 대학원을 갔고, 어떻게 하다보니 기업 부설 연구소에서 실험하고, 시뮬레이션 돌리고, 특허 쓰고, 여튼 사람이 불행해지는 오만가지 일을 했습니다. 이 연구라는게 참 사람 보상회로가 고장나서 "내가 새로운 지식을 발견한다"는데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게 아니면 힘든 업무라서... 저같은 제자 학위 주신다고 고생하신 교수님께는 죄송하지만 어느 순간 연구 그만 하고 싶더군요.

 

그래서  (1) 서울에 그대로 붙어있을 수 있고, (2) 그래도 연봉 좀 챙겨주고, (3) 산업 다운사이클이 와도 입에 풀칠은 하게 한 섹터에 집중되지 않은 업무를 찾다보니 투자쪽 업무를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마침 그간 친환경 관련 연구도 좀 했겠다, 당시 유행하던 ESG 트렌드에 올라타서 친환경 투자 심사를 우기면 면접관 몇 명은 속아넘어갈거 같았습니다. 한 손에는 산업 경력을 쥐고, 다른 한 손에는 투자 지식을 쥐면 취업에는 문제 없겠다는 생각으로 투자 지식을 어필할 자격증을 찾았고, 우연히 본 블로그에서 CFA가 가장 어렵다길래 "그럼 이 자격증 따면 면접관이 트집 안잡겠지?"라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Figure 1. 출처 불분명한 금융 자격증별 난이도]

 

경제라고는 10년도 더 전에 고등학교 시절 AP Economics 준비하면서 맨큐 수박 겉핥기로 읽은게 전부고 메타인지도 전혀 안되는 수준이여서 처음부터 독학은 생각도 안했고, 바로 인강을 등록했습니다. 구글에 "CFA" 치면 바로 검색창 아래에 뜨는 그 학원입니다. 제가 미국 기술사(FE/PE)도 준비하면서 외국 사교육도 한 번 들어봤는데, 우리나라 사교육이 훨씬 낫습니다. 문제 오류도 바로바로 수정해주고, 강의 준비해서 떠먹여주는 것도 훨씬 체계적입니다(대신 교과서는 외국에서 발행한 교과서 쓰긴 합니다...). "그 학원"에서 돈을 못받아서 광고는 못하지만, 필자처럼 노베이스면 학원에서 강의 듣는거 꼭 추천 드립니다.

 

1. 시험 개요

'22년 11월 기준 CFA lv. 1 시험 구성은 아래와 같이 10개 과목이였습니다. 공부 순서야 중간에는 어떻게 하든 큰 문제는 없지만 맨 앞은 회계 공부하고 맨 마지막에 Ethics 공부하시는걸 추천 드립니다.

종목명 내용 비고
Quantitative Methods - 현금흐름할인법
- 자료 도식화
- 확률
- 통계(분포, 샘플링, 가설검정 등)
말이 퀀트지 사실 현금흐름할인법과 고등학교~대학교 1학년 수준 통계입니다. 딱히 어려울 건 없고 재무계산기 쓰는 방법만 숙지하면 어지간한 계산 문제는 모두 풀 수 있습니다.
Economics - 수요와 공급(신축성 등)
- 기업 및 시장 구조(경쟁 등)
- 총생산, 가격, 성장
- 산업 사이클(사이클, 신호 등)
- 재정/통화정책
- 무역 수지, 환율
대학교 1학년 수준의 경제학 되는거 같습니다. 맨큐의 경제학 함 보셨더라면 전혀 어렵지 않게 풀 수 있고, 환율 계산하는게 좀 헷갈리지만 그거 말고는 무난하게 보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Financial Statement and Analysis
★ ★ ★
- 회계 기준
- 재무재표(손익계산서 등)
- 재무상태표 상세(재고, 자산 등)
많이 중요한 과목입니다. 비중도 제일 커서 이거 망하면 합격이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꼭 이거 제일 먼저 공부하십쇼... 나중에 시간 급해지면 공부하는게 너무 어렵습니다. 미국 회계 기준(US GAAP)이랑 국제 회계 기준(IFRS) 차이 외우는게 좀 까다롭습니다.
Corporate Issuers - 자본(자본 비용, 분배 등)
- 기업 재무구조
자본 조달 비용이 얼마정도 되니까 회사 자본/부채 비율을 어떻게 가져가면 좋겠다 정도 내용입니다. 이건 정말 쉬워서 좀 쉬어간다고 보셔도 좋습니다.
Equity Investments
★ ★
- 자본 시장(구조, 지수, 효율 등)
- 지분 투자(밸류에이션 등)
주식 좋아하시는 분들이면 익숙한 분야입니다. 단순한 배당 모형으로 밸류에이션 매기는 방법과 기업 경쟁력 분석(포터의 5-Force 등)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Fixed Income
★ ★
- 채권 개요
- 채권 시장
- 채권 밸류에이션(할인법)
- 채권 수익률(듀레이션 등)
- 신용도 분석
수익률과 밸류에이션이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그 중에서도 듀레이션이 제일 어렵고 중요합니다. 개인 투자에서 채권은 많이 안담다보니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운데 채권 이표에 따른 시간표 쭉 그려가면서 숙달하시면 금방 익힐 수 있습니다. 재무계산기 꼭 여기서 마스터해야합니다.
Derivatives - 파생 시장 및 종류
- 파생 가격
비중도 얼마 안되는 과목이지만 내용도 얼마 없고, 개요 단계라서 문제도 어렵지 않습니다.
Alternative Investment - 헤지펀드
- 사모시장
- 실물자산
서로 얽혀있는 다른 과목들과 달리 대체투자는 자기 혼자 노는 경향이 있습니다. 회계 경제 통계 채권 다 몰라도 공부하는데 아무 문제 없습니다.
Portfolio Management
- 포트폴리오 관리
- 수익률 및 위험성
- 투자 심리
- 기술적 분석
- 핀테크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어떻게 하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지가 주요 내용입니다. Efficient market frontier 위주로 공부하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다른 내용이 안나오는건 아니지만....
Ethical and Professional Standards
★ ★
- Code of Ethics and Standards of Professional Conduct
- GIPS
네... 맨 위에 이름 긴 항목이 이 업계 종사자로서 지켜야하는 룰입니다. 근데 이건 정말 적용하기 나름이라 어지간하면 다른 과목 먼저 공부해두시고 얘는 맨 마지막에 문제만 계속 풀면서 감을 잡는게 좋습니다.

 

더 자세하고 최신 자료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cfainstitute.org/programs/cfa-program/candidate-resources/level-i-exam

 

CFA® Program Level I exam | CFA Institute

In this topic, you’ll learn how to describe fixed income securities and their markets, yield measures, risk factors, and valuation measurements and drivers. We’ll also cover calculating yields, values of fixed income securities, the securitization of a

www.cfainstitute.org

 

CFA 1차 시험은 아무래도 첫 시험이다보니 개념 위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1) 아주 넓은 범위에서 (2) 매우 지엽적인 내용까지 뽑아오지만, 대신 (3)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정말 알면 맞추고 모르면 못맞추는 시험으로 시간 배분은 오히려 쉬운 편입니다. 길게 생각하거나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저는 1차 시험은 다 풀고 재검까지 하고도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던거 같습니다. 제가 머리가 좋다고 자랑하는건 절대 아니고(실제로 좋지도 못하고)... 상술했듯이 수능 킬러문항처럼 시간 잡아먹는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2차 시험 때는 재검은 커녕 제 시간에 마킹 간신히 끝냈습니다.

 

2. 시험 준비

시간은 3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매일 퇴근하고 2시간 빠짐없이 공부...할 수 있었으면 제가 변호사 시험 봤겠죠? 그 정도 끈기는 없었고, 일주일에 4일 정도 공부했던거 같습니다. 시험 두 달 남겨두고는 발등에 불 떨어져서 그 때는 정말 주중 2시간, 주말 4시간 정도 공부했습니다. 그러면 약 340시간 공부했는데, CFA 홈페이지에서도 약 300시간 이 필요하다고 하니 오차 범위 내에서 알맞게 시간 썼네요. 만약 마음의 채찍질이 필요하시면 (1) 엑셀로 공부 일정을 짜서 얼마나 밀리는지 매일 시각적으로 확인하든가, (2) CFA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모의 시험을 보면 바로 정신 차릴 수 있습니다.

 

CFA 홈페이지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학원에서 제공하는 문제집 말고도 홈페이지 Ecosystem에서 나오는 문제들도 퀄리티가 좋습니다. 실제 시험 난이도와 제일 비슷한 수준인데, 시간이 없다면 어렵게 내는 학원 문제집보다는 홈페이지 문제 푸는게 더 낫습니다. 상술했지만 1차 시험은 범위가 넓다보니 한 개념을 깊게 파는 것 보다는 여러 개념을 얉게 파는게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3. 시험 결과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시험 당일 오전 내내 열심히 찍고, 나와서 대낮부터 소맥을 말고 두 달간 좀 늘어지다보면 CFA에서 이메일이 옵니다. 뭔 객관식 채점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들 말로는 "적절한 합격선"을 선정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시험 합격률은 1차가 가장 낮은 편입니다. 제 생각이지만 2, 3차는 수험생들이 그래도 어느정도 걸려져서 오는 반면에 1차는 정말 아무나 볼 수 있어서... 시험 합격률은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CFA 시험 결과 및 합격률: https://www.cfainstitute.org/programs/cfa-program/candidate-resources/exam-results

 

CFA® exam results and pass rates | CFA Institute

Minimum passing score, also known as MPS, is the score needed to pass the exam. Whenever there is significant curriculum or population change, the CFA Institute Board of Governors sets the MPS for each level after an exam administration. When there are not

www.cfainstitute.org

 

저는 다행히도 1차에서 잘 찍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다음 포스트에서 2차 시험에 대해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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